제95화
이른 아침, 커튼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었다.
서현우는 관자놀이를 눌러가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침대 머리맡에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집사가 남긴 쪽지가 있었다.
[서현우 씨, 아가씨께서 특별히 준비하라고 하신 겁니다. 맛있게 드세요.]
“이건...”
그는 멍하니 국을 바라보다가, 어젯밤의 기억이 하나둘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금메달, 레드 와인, 하인들의 웃는 얼굴...
그리고 유채하 앞에서 무릎 꿇은 자신.
“제길!”
그는 귀가 빨개진 채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내가 정말 고백했나? 채하는 뭐라고 했지?’
생각을 마친 서현우는 해장국을 들이킨 다음 집사가 준비해 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의 심장 소리만 들릴 만큼 저택은 고요했다.
“깨어나셨군요. 아침 식사가 준비돼 있습니다.”
이때, 집사가 갑자기 계단 난간에 나타나 차분히 말했다.
“채하는 어디 있어요?”
서현우가 다급히 물었다.
“아가씨께서는 이른 아침에 이미 외출하셨습니다. 대신 금메달은 받겠지만 수표는 서현우 씨가 가지고 있으라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집사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서현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되물었다.
“그거 말고는... 다른 말은 안 했나요?”
집사가 조용히 고개를 젓자, 서현우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거절도, 수락도, 아무 반응도 없다.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가 진짜 고백을 안 한 걸까?’
그 시각.
유채하는 붉은색 마이바흐를 몰고 이미 순환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핸들을 가볍게 돌리며, 다른 손으로 집사의 전화를 받았다.
“아가씨, 서현우 씨는 이미 떠났습니다.”
“응.”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룸미러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그녀의 뒤를 따르는 검은색 SUV의 모습이 비쳤다.
그 차는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부터 그녀의 뒤를 따랐는데, 항상 세 대 분량의 거리를 유지하며 차선마저 똑같이 변경했다.
그녀가 일부러 속도를 늦추면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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