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횃불이 순식간에 사방을 환히 밝혀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아니, 이 늦은 시각에 민빈은 어쩐 일로 이곳에 있는 건가요?”
숙빈의 목소리는 자못 걱정스럽기까지 하였다.
“어머나, 어쩌다 사내랑 함께 있었나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입을 가린 채, 놀란 기색을 한껏 지어 보였다.
강희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적반하장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선우진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 광경을 목도한 선우진의 안색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마치 그 자리에서 얼음 속에 내던져진 듯, 싸늘하고 냉담하였다.
심지어 그 눈빛은 방금 전 그녀를 삼킬 듯 들이쳤던 호수의 물보다도 차가웠다.
강희진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민빈, 이토록 추운 날씨에 온몸이 젖은 채 있으면 고뿔을 얻을까 두렵네요.”
선우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이 없었는데 그 속내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런 그를 본 숙빈은 더욱 열을 올리며 부채질하듯 말을 이었다.
입으로는 걱정인 듯하나 속셈은 딴 데 있었다. 그녀가 사내와 밀회를 했다고 소문을 내고픈 것이리라.
강희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숙빈을 흘겨보았다.
“지나가다가 민빈이 호수에 빠진 걸 보고 구한 것이오.”
선우영이 두 걸음 앞으로 나아와 사람들에게 설명하였다.
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둠 속에 있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그가 입을 열자 그 정체가 드러났다.
그제야 숙빈은 그가 선우영임을 알아채고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형님께서 오셨으니 민빈은 형님께 맡기겠사옵니다.”
선우영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폐하...”
강희진 역시 서둘러 덧붙였다.
“소첩이 막사에서 지내다 답답하여 바람이라도 쐬려 나왔다가 그만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말았사옵니다.”
“전하가 아니었다면 소첩은 이 밤중에 이미 물속에 잠겨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옵니다.”
말하며 그녀가 곁눈질로 숙빈을 노려보자 숙빈은 움찔하며 눈을 피했다.
“허면 참으로 다행이군요.”
숙빈은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강희진은 코웃음을 흘리고 더는 그녀의 말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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