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알고 있어요. 아버지께서도 이번에 도성으로 돌아온단 소식 들으신 뒤로는 날마다 제 귓전에 잔소리를 하셨어요. 어찌나 성화를 부리시는지 귀에 굳은살이 박힐 지경이라니까요.”
봉희설은 어깨를 으쓱이며 강희진을 안심시키듯 말했으나 말끝에 묻어난 잔잔한 투정이 오히려 사랑스러웠다.
강희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헌데, 그리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면서도 어찌하여 제게 그런 말을 한 거예요?”
아무래도 봉 대인의 충고는 이 아이 귀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모양이다, 강희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야 제가 마마를 좋아하니까요.”
산들바람이 불어와 소녀의 잔 머리칼을 간질였다. 봉희설은 윤기 어린 살구빛 눈을 곱게 휘며 해사한 웃음을 띤 채 강희진을 바라보았다.
그 말에 강희진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늘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이를 일찍이 만나본 적이 없었다.
전생에 그녀를 둘러싼 것은 오직 악의뿐이었다. 그녀가 불행하길, 죽길, 혹은 차라리 죽지 못할 고통 속에 살기를 바라는 마음들뿐. 헌데, 방금 이 아이가 전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강희진은 그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 원주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봉희설이 물었다.
“이름은 빼고 그냥 언니라고 불러요.”
강희진은 잠시 생각한 뒤, 입가에 엷은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강원주란 이름은 본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남의 이름을 대신 쓰고 있지만 스스로조차 낯설게 여겨질 때가 많았다.
“좋아요!”
봉희설은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이제 저도 도성에 친구가 생겼네요. 게다가 이렇게 예쁜 대미녀라니!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께 자랑을 잔뜩 해야겠어요!”
그 말에 강희진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더 깊이 올라갔다.
그녀 역시 봉희설이 좋았다. 아니, 어쩌면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는 누가 보아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티가 났다. 밝고 자유롭고 생기가 넘쳤는데 세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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