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사냥터엔 맹수가 들끓고 뒤로는 자객들이 쫓아오니 앞뒤로 협공을 당하는 형세였고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다.
정녕 이대로 죽게 되는 것인가.
강희진은 이를 앙다물고 선우진을 올려다보았다. 이날의 화를 피하지 못한다면 죽어서라도 이 사내를 가만두지 않겠노라.
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선우진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눈길이 마주치자 강희진은 곧 시선을 돌렸다.
“폐하, 이곳에서 진영까지는 먼가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가슴 속이 조마조마해졌다. 이러다간 선우진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
“여기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선우진은 순식간에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주위를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바람 사이로 잎이 부딪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강희진이 눈을 부릅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야생 늑대 한 마리가 두 사람을 향해 이를 드러낸 채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이내 뒤이어 또 다른 늑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는데 무려 여섯 마리였다.
강희진은 전율하며 온몸이 떨려왔다. 늑대들은 몸집이 우람하고 얼굴엔 흉포한 기색이 가득했다. 푸르스름한 눈동자가 두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금방이라도 덮쳐올 기세였다.
“사냥터 안에 늑대 무리가 있다니...”
분명 황성사가 제 몫을 하지 못한 탓이다.
선우진의 눈빛이 가늘게 좁아지며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어쩌면 좋아...”
강희진은 목이 메어 울음이 터질 듯했다. 겁을 먹지 않으려 애썼지만 눈앞의 야수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갈기갈기 찢겨나갈 판이었다. 하물며 여섯 마리라니.
선우진은 부상으로 몸이 더욱 쇠약해져 있었고 자신은 맨손으로 싸울 재간조차 없었다. 머릿속엔 전생에 강원주에게 당했던 고통이 떠올랐다.
그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고 아주 억울했다.
생각을 가다듬기도 전에 선우진이 그녀를 거칠게 밀쳤고 강희진은 그만 돌무더기 아래로 나가떨어졌다.
“숨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 뒤, 곧바로 맨주먹으로 늑대 무리와 맞섰고 진한 피비린내에 흥분한 늑대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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