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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뒤쫓으려다 이내 달려든 늑대 무리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그 틈을 타 강희진은 선우진과 함께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그러나 이내 길이 끊기고 말았다. 눈앞은 낭떠러지, 그 아래로는 물살 센 강이 깊게 패여 있었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선우진이 이를 꽉 물며 낮게 읊조렸다. 그의 어깨는 이미 피로 물들었고 승냥이와 맨손으로 사투를 벌인 탓에 상처는 깊게 벌어져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으나 어디서부터 피가 흐르는 것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 차례도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이리도 아픔을 참다니, 강희진의 가슴 한켠이 저릿해졌다. “뛰어내릴 수 있겠느냐?” 선우진이 아무렇지 않은 듯 절벽 아래를 바라보며 물었다. “뛰겠습니다.” 강희진은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 늑대든, 자객이든 그 누구와 맞서도 이길 수 없다. 뒤로 물러나도 죽음뿐이라면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나았다. “과연 짐이 눈여겨볼 만한 하구나.” 선우진이 웃음 띤 음성으로 말했다. “저기 있다!” 뒤이어 들려온 자객들의 고함에 두 사람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귓전을 찢듯 스쳐갔고 지난날의 기억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제발 하늘이시여, 이번 한 번만 더 살려주소서.’ 강희진은 눈을 감고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이윽고 ‘퍽!’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결이 전신을 감쌌다. 몸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강희진은 더 이상 버틸 힘조차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을 비비듯 억지로 떠보니 주위엔 돌무더기와 풀숲이 보였다. 등 뒤의 차가운 돌이 살을 찔렀고 젖은 옷자락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급류에 휩쓸려 이리 밀려온 모양이었다. 살아있었다. 강희진은 가쁘게 숨을 쉬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폐하!’ 그가 떠오르자 곧장 몸을 일으켜 두리번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선우진이 쓰러져 있었다. 비틀거리며 달려간 그녀는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레 코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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