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화
강희진은 굳은 얼굴로 탁윤을 돌아보며 물었다.
탁윤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눈빛 속에 어딘가 알 수 없는 의미가 스치고 지나갔다.
“여긴 서궁과 북문 사이. 왼쪽으로 가면 상운전이다.”
그는 사실대로 답했다.
“상운전...”
강희진이 낮게 중얼거렸다.
등용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즉 선우진이 그녀의 실종을 알아채고 구하러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렇다면 그전에 이 방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소용이 없었다.
“일단 나가요.”
방 안은 이미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고 목구멍은 타들어 가는 듯 아팠다.
강희진은 재빨리 옷소매를 걷어 입과 코를 막았다.
그리고 탁윤의 손을 덥석 붙잡더니 힘껏 문 쪽으로 달렸다.
비록 그가 구월국 사람이긴 했지만 지금 그녀를 도운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강희진은 그런 은혜를 저버릴 성정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녀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 불길이 탁윤이 말했던 것처럼 결국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을.
고작 궁의 하급 궁녀 하나를 제거하기 위해 불을 지르다니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강희진은 코웃음을 내뱉었다.
머리 위 처마의 들보가 줄줄이 떨어지고 있었고 방 안은 이미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안에 누구 있소?”
밖에서 누군가 외쳤다.
강희진은 대답하려 했으나 입을 열자마자 매캐한 연기에 목이 막혀 기침이 터졌다.
결국 소리를 낼 수 없어 허리를 낮춰 탁윤을 이끌고 무너진 문 한쪽을 비집고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던 것은 사방이 불에 휩싸인 폐쇄된 뜰이었다. 더는 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희진은 있는 힘껏 목청을 돋우었다.
탁윤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그녀를 흘깃 쳐다보았다.
가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었지만 아까보다 불길은 다소 약해진 듯했다.
밖에서 불을 제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데도 왜 이토록 구조가 더디단 말인가?
불길을 잡는 것보다 안에 갇힌 사람부터 꺼내는 게 먼저일 텐데 말이다.
탁윤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낮게 코웃음을 쳤다.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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