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8화
강희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이내 평소처럼 얌전하고 나약한 얼굴로 돌아갔다.
눈에는 원망을 담은 채 진홍월을 바라보았다.
“다 말을 안 들은 네 탓이다. 내가 그런 소릴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네 어미가 뭔가 잘못했을 수도 있고. 그건 마땅히 벌을 받아야지.”
진홍월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강희진을 위아래로 훑었다.
“우리 강씨 집안 밥 먹고 잠 자는 주제에 내가 매 좀 들었다고 난리냐?”
강희진은 입술을 꾹 다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 그 한마디를 내뱉고 나서야 그녀는 알아차렸다. 이런 집안에선 원하는 답변이 돌아올 리 없다는걸.
강씨 집안 사람들 눈엔 그녀와 어머니는 그냥 함부로 다뤄도 되는 존재였다. 맞아도 싸고 욕을 먹어도 항변할 수 없는 그런 사람 말이다.
강희진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어머니를 반드시 구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하시오.”
강상목이 목소리를 낮추어 진홍월을 꾸짖었다.
“대감!”
진홍월은 입을 삐죽이며 억울한 얼굴을 지었다.
“난 한 번 입 밖에 낸 말은 반드시 지킨다. 네 어미는 내가 잘 돌볼 것이다. 너는 내가 맡긴 일만 잘 마치거라. 그리하면 약속했던 것들을 빠짐없이 이뤄줄 것이다.”
강상목의 태도는 나름 진지하고 단호했다. 마치 진심이라도 되는 듯 그럴싸하게 떠들었다.
그러나 강희진은 듣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이미 한 번 당한 적이 있는데 또다시 속는다면 그야말로 바보가 아닌가.
“감사합니다, 대감마님. 소녀,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강희진은 마치 감격에 겨운 듯 허리를 깊이 숙이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날이 저물자 강상목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몇 마디 당부를 남긴 뒤 주전을 떠났다.
그가 대문을 나서자 곧 강원주가 그를 불러 세웠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스름한 밤빛 속, 그녀의 얼굴은 강희진을 닮았으나 훨씬 더 곱고 도도했다.
어릴 적부터 곱게만 자란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교만함.
그것은 강희진에겐 없는 강원주만의 기세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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