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화
양현무는 선우진의 속내야 알 수 없었지만 평소 탁윤이 못마땅했던 터라, 이번 기회에 정당한 이유로 그를 꾸짖을 수 있음이 천만다행이라 여겼다.
“이처럼 느닷없는 도전장은 저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탁윤은 잔잔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듣자하니, 구월국의 첫째 황자도 어려서부터 무술을 익혔다 하더군요. 천부적인 재질을 타고나 십일 년 전 개찰 대전에서는 홀몸으로 저희 나라 군사 육천여 명을 섬멸했다 들었습니다.”
양현무는 꼿꼿이 허리를 세운 채, 당당한 기세로 말을 이었다.
“줄곧 그분과 한 번 겨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대주국의 장군인 제가 과연 구월국이 자랑하는 전신과 어느 정도 대적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아쉽게도 황자님의 형님께서 이 자리에 없으니 아우인 황자님께서 대신 나와주시면 되겠지요. 형제이니 실력이 비슷할 것 아닙니까.”
말투는 담담했으나 양현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저절로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
선우진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절제된 사람이라면, 양현무는 분노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자였다. 개찰 대전을 언급할 때 그 눈빛에 서린 살기는 보는 이마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짙었다.
개찰 성문 아래, 대주국 군사 육천 명의 수급을 베어내어 피와 살을 함께 들이킨 싸움. 그것이 바로 구월국 첫째 황자, 탁염의 명성을 세상에 알린 전투였다.
십일 년 전, 선우진은 막 열한 살이었고 아직 즉위 전이었으며 양현무 또한 부친을 따라 서너 번 전장을 밟은 것이 전부였다.
당시 양현무의 아버지가 폐병을 앓아 강남으로 요양을 내려간 때였고 그 틈을 타 선대 황제는 병부의 신진 세력에게 개찰 전투를 맡겼으나 결과는 참혹한 패배였다.
죽은 육천 군사 가운데 삼천은 양씨 가문의 병사였다.
양현무는 병사를 제 살붙이처럼 아꼈으니 그 날의 패배를 마음에 담고 산 지 벌써 십일 해째다.
비록 선대 황제는 양씨 가문을 위로하고자 양 노장군에게 세습작위를 내리고 양씨를 대주국 가문의 으뜸으로 삼았으나 양현무는 여전히 그날의 한을 풀지 못한 듯했다.
강희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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