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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이쯤에서 강희진은 말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양현무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삼황자께서 원하신 것은 소첩이 아니라 소첩의 몸종이옵니다. 소첩과 황자님 사이엔 추호의 사사로움도 없사옵니다.” 한 자 한 자 또렷하게 또박또박 내뱉는 말이었다. 이 정도면 양현무 역시 들을 수 있을 터였다. 수차례 그의 꾸짖음과 단정으로 모욕을 당했던 일이 떠올라 강희진의 마음엔 문득 억울함이 차올랐다. 그녀는 노려보듯 양현무를 올려다보았고 곧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몸종이, 희진이라 불리는 아이인가?” 선우진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그렇사옵니다.” 강희진이 조용히 대답했다. “오늘 그 아이를 보지 못했는데.” 선우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무심한 듯 말을 이었다. 마치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어조였다. 강희진은 마음이 불안해 손을 소매 속에 꼭 움켜쥐었다. “그 아이의 집에 아픈 이가 있어 수발이 필요하다 하여, 연회가 끝난 날 곧장 아버지를 따라 궁을 나섰사옵니다.” 그녀가 궁을 나갔다는 말은 강원주가 밖으로 흘린 것이나 그 사유는 그저 즉석에서 꾸며낸 말이었다. 부디 선우진이 더 깊게 캐묻지 않기를, 강희진은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민빈은 종들에게도 참으로 너그럽군.” 선우진이 가볍게 웃었다.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 강희진은 섣불리 응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전에 양 장군이 그 몸종을 달라 하였을 때 그대는 짐에게 그 아이와는 자매처럼 지내니 한 치도 떨어질 수 없다고 하였지. 그런데 지금 가족이 아프다니 집에 보내주었군. 일주일이 넘도록 얼굴을 못 보는 것도 마다하고 말이야.” 선우진의 낯빛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잔잔하던 얼굴에 매서운 기색이 서렸다. 양현무가 몸종을 요구한 일을 꺼내는 것은 명백히 그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선우진은 뒤끝이 긴 편이었고 눈에 든 모래 한 알도 참지 않는 성정이다. 그런데 왜 그 일에 하필 그녀가 끼어야 한단 말인가. 강희진은 속이 쓰려 눈물이라도 날 듯했다. “양 장군이 사람을 달라고 했다니요? 누구를 말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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