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90화

이튿날, 봉현웅은 송빈루에 자리를 마련하고 오시(午時)에 선우진과 강희진을 초대했다. 이 소식을 들은 봉희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밤새 조르고 매달린 끝에 봉현웅에게 동행을 허락받았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네가 이리 일찍 일어나다니.” 봉현웅네 세 식구가 조용히 아침상을 나누고 있었다. “점심 무렵에 민빈 언니를 뵙기로 했습니다. 먼저 나가서 언니 드릴 선물 좀 고르려고요.” 봉희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밥을 먹으며 대꾸했다. 무언가 생각난 듯 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고 마주 앉은 김경심을 바라보았다. “한데 어머니 그 말씀은 마치 제가 일찍 일어나는 게 무슨 큰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리잖습니까.” 봉희설은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드러냈다. “너 어릴 적부터 지금껏 진시(辰時)에 일어난 게 몇 번이나 된다고 생각하니? 이게 안 신기하다고?” 봉현웅은 꾹 참던 웃음을 터뜨렸다. 봉희설은 반박할 말이 없었는지 조용히 밥만 뜨더니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 조금 먹고는 되겠니?” 김경심이 다급히 묻자 봉희설은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요, 배불렀습니다.” “밖이 쌀쌀하니 겉옷 하나 더 걸쳐라.” 김경심은 하인에게 뒤채에서 옷을 가져오게 시켰다. “됐습니다, 어머니. 저 먼저 나갈게요. 다녀오겠습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봉희설은 식탁 위에서 시루떡 하나를 집어 들고 총총걸음으로 대청을 빠져나갔다. “해지기 전에 돌아오너라!” 봉현웅이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봉희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저 녀석도 참.” 김경심은 허리를 세운 채 멀어진 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봉현웅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걱정이 너무 많소. 우리 희설이는 말 위에서 자란 아이라 몸도 마음도 튼튼하오. 그리 연약한 아이가 아니오.” “참으로 웃기고 있네요. 당신이 무작정 아이를 데리고 무관들 사이를 들락거리니, 성정이 이 모양이 된 것 아닙니까. 사내아이 같아선 정숙이란 게 뭔지도 모르잖습니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