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7화
도박장 주인이 입을 열려 하자 강주선이 눈짓을 보냈다.
“난 뒷간을 빌리러 온 것이오.”
그러고는 발을 내디뎌 기희연을 피해 갔다.
“우리 참 인연이 있나 봅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요.”
기희연이 생글생글 웃었다.
“아 참, 전에 계집종에게 시켜 보내드렸던 옷은 받으셨습니까? 경성의 날씨가 쌀쌀해졌고 오라버니도 막 돌아오신 터라 고뿔이라도 걸리실까 봐 특별히 준비해드린 것입니다.”
“희연 낭자가 걱정해준 건 고맙지만 정승댁이 두꺼운 옷 한 벌 못 사 입을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으니 앞으로는 보내주지 않아도 되오.”
기희연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제가 선물한 것이 어찌 집에서 마련한 것과 같겠습니까?”
기희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귀여운 척했다.
“지금 시간이 있으신가요? 차라도 한잔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만난 김에 회포나 푸는 게 어떨까요?”
그러고는 팔을 뻗어 강주선의 팔을 잡으려 했다.
“됐소. 시간이 없소. 차도 좋아하지 않고.”
강주선은 손을 내저으며 기희연을 피했다.
“그 찻집의 차가 얼마나 맛있는데요. 아까 원주와도 거기서 잠깐 앉아 있었습니다. 바깥에서 하도 오래 지내셔서 경성의 차 맛을 잊으신 건 아니지요?”
기희연이 끈질기게 매달렸다.
“방금 뭐라 했소? 내 누이를 만났다고 했소?”
강주선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기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누가 만나자고 한 것이오? 만나서 무엇을 했소?”
강주선이 추궁했다.
진짜 강원주는 지금 집에 있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기희연과 만난 사람은 강희진?
“원주요? 당연히 만나서 회포를 풀었지요. 우리 사이가 워낙 좋아 만나는 게 이상할 건 없지요.”
기희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여기는 너무 칙칙하고 시끄러워서 얘기하기 좋지 않으니 저와 함께...”
“낭자, 정말 볼일이 있소. 어머니가 집에서 함께 식사하자고 하셔서 이만 가봐야 하오.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합시다.”
기희연이 끈질긴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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