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1화
강희진은 눈빛에 서글픔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선우진이 강상목의 본모습을 일찍이 알아챘더라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야만족이 이 틈을 타 침입하여 수많은 대주국 백성을 죽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선우진에 대한 원망이 조금도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이었다.
“초월아.”
강희진은 문득 초월을 불렀다.
“예. 마마.”
초월이 답했다.
“그날 내가 너에게 했던 말, 지금도 유효하다. 전 왕조라 하여 숭고하고 범접할 수 없는 곳만은 아니니라. 강주선 같은 무지한 자도 아비 덕에 벼슬길에 오르는데 너는 용맹하고 지략이 뛰어나니 어찌 입신양명하지 못하겠느냐.”
강상목 같은 자가 득세할수록 강희진은 더욱 울분이 치밀었다.
초월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엉킨 손가락을 바라보며 강희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거라. 나는 그저 조언을 해 줄 뿐이니, 결국에는 너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초월이 답했다.
그 시각, 후원 가장 동쪽 편에서는...
강주선이 어느 방 앞에 다다랐다.
“에취!”
막 멈춰 섰는데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도련님, 혹시 감기라도 드신 건 아니십니까?”
준이가 걱정스럽게 물으며 손에 있던 옷을 강주선에게 덮어주려고 했다.
“됐다!”
강주선은 미간을 찌푸리며 준이의 손길을 막았다.
“거기 내려놓고 어서 가자.”
문 너머 방안을 힐끗 보더니 강주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부겸 도련님께 한 말씀도 없이 가시려고요?”
준이가 머뭇거렸다.
“뭘 말해. 그냥 옷 한 벌일 뿐인데.”
강주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기씨 가문 장인이 손수 만든 옷이온데 어찌...”
준이는 아쉬운 듯 나지막이 웅얼거렸다.
강주선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본 준이는 옷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뒤를 쫓았다.
...
“작은어머니.”
문이 삐걱 열리며 강부겸이 나뭇간으로 들어섰다.
“부겸이 왔느냐.”
허은희가 마른 풀더미에 앉아 쉬다가 강부겸을 보고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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