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7화
“소인은 조정에 들어오기 전 오 대감 댁에서 잠시 막료 노릇을 한 적이 있사옵니다. 당시엔 그분이 청렴결백하고 처신 또한 지극히 단정하여 소인 또한 오 대감을 진심으로 존경하였사온데... 설마 이토록 패륜한 짓을 저지를 줄이야! 실로 애통할 따름이옵니다!”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떨군 강상목은 점점 더 격앙된 모습이었다. 누가 보기에도 실로 분개하여 가슴을 치는 듯했다.
‘정말이지, 노회한 여우로군.’
그 광경을 바라보던 강희진의 눈에 스치듯 냉소가 지나갔으나 이내 평정한 기색으로 감춰졌다.
선우진은 이미 대비를 마친 상태였다. 오정렬이 사사로이 관직을 매수하고 장남수와 짜고 백성의 재물을 갈취하며 뇌물을 수수한 증거가 명백하여 더는 변명조차 통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곧장 대죄인으로 감옥에 갇혔고 이튿날 참수형에 처했다.
한편 기씨 가문 또한 탈세와 조세 회피, 장남수의 자금 세탁을 도운 정황이 포착되어 그 역시 외면받지 못하고 관아에 넘겨졌으며 조사는 추후 이어질 예정이다.
선우진은 원래 결단력이 남달랐고 불과 잠시 만에 모든 사안을 매듭지은 셈이다. 하지만 이 일은 과연 정말로 끝난 걸까?
뒤따르던 강희진은 발을 멈춘 채 묵묵히 앞서 나란히 걷는 선우진과 강상목의 등을 바라보았다.
과연 자신이 강상목을 편견으로만 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이 일에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인지, 자꾸만 마음 한편에서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강원주!”
생각에 잠긴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희연이었다.
강희진은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난 널 친구라 여겨 진심으로 도와주었는데 넌 어떻게 날 속이고 내 가족까지 해하려 들어!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기희연은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인 얼굴로 소리쳤다.
“내가 언제 네 친구였어?”
강희진은 도리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고 그 말에 기희연은 눈이 휘둥그레져 굳어버렸다.
“강원주... 지금 뭐라고 했어?”
“나는 강원주가 아니야.”
강희진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
“뭐라고?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