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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그날 밤. 달빛이 희미하게 뜰을 비추고 있었고 조용한 정승댁 뒷마당에 강주선과 준이의 말소리만 들렸다. “도련님, 천천히 좀 걸으셔요. 급해할 것 없잖습니까.” 준이는 강주선이 자기 어깨에 기대놓은 팔을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손으론 연신 허공을 저어 술 냄새를 쫓았다. “한 잔 더 마시자! 자, 술잔을 올리자고!” 강주선의 얼굴은 술기운에 발그레했다. 말하면서도 그는 팔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휘청하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도련님!” 그가 자칫하면 앞으로 꼬꾸라질까 싶어서 준이는 울상을 지으며 강주선을 와락 끌어안았다. “술이 어딨지? 어? 술이 왜 없어?” 강주선은 한 손을 술잔 모양으로 말아 쥐곤 허공에다 술을 따르듯 기울여 보였다. “도련님, 시간이 늦었습니다. 이만 마시고 들어가 쉬시지요. 내일 다시 드시면 되잖습니까?” 준이는 마치 세 살짜리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레 말했다. “싫다! 지금 마실 거야! 더 줘! 더 줘!” 강주선은 입을 삐죽 내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몸까지 이리저리 비틀어댔다. 그가 이런 식으로 술주정을 부리는 게 한 달에 열흘은 됐고 하다못해 문 앞에 서 있는 하인들조차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지경이었다. “예예, 지금 가져오겠습니다.” 준이는 괜히 그의 상처에 손이 닿을까 조심스레 몸을 피하며 연극을 이어갔다. 그는 술병을 집어 드는 시늉을 하며 강주선 손에 뭔가를 따르는 척했다. “거짓말! 술도 없잖아! 넌 지금 날 속였다!” 강주선은 눈을 부라리더니 성질을 못 이겨 그대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술 줘! 난 모른다! 술 안 주면 네 삯돈을 깎을 거다!” 준이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떼쓰는 강주선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기가 뒷마당이라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고 그가 아무리 떠들어도 민폐가 되진 않았다. “예예,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준이는 스무 번은 족히 강주선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강주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준이만 몇 번이나 나자빠질 뻔했고 결국 준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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