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8화
“우리 착한 부겸이, 어서 일어나거라... 어서...”
허은희는 목이 멘 채 일어나더니 두 손으로 강부겸을 부축해 일으켰다.
“나도 마음속으로 널 내 아들처럼 여긴 지 오래란다.”
그때 그녀가 온 힘을 다해 강부겸까지 데리고 나가려 했던 이유가 그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날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눈앞의 이 장성한 소년이 어릴 적 곁을 떠나지 않고 매번 울면서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던 그 아이가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어느새 키도 훌쩍 크고 눈빛은 단단히 여물어 있는데 그런 모습이 더욱 가슴 아렸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도 희진이도 절대 너를 이 집에 홀로 두고 떠나진 않겠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반드시 너도 데리고 나가 다시 만나게 해주마.”
이제 그녀가 떠나면 강씨 가문에 홀로 남을 이는 강부겸 하나뿐이었고 허은희는 그 생각에 마음이 시리게 아팠다.
하지만 강씨 가문은 세도가 중의 세도였고 지금 이렇게 떠나는 것조차 강희진이 온갖 힘을 다해 겨우 얻어낸 결과였다. 그녀 혼자 나가는 것도 간신히였는데 부겸까지 데리고 나갈 방도는 더 없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작은어머니.”
강부겸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편히 쉬세요.”
그는 몇 마디 더 말한 뒤 바닥에 떨어진 찻주전자와 휴지를 주워 정갈히 정리한 뒤 조용히 나뭇간을 빠져나왔다.
찬바람이 매섭게 울타리와 처마를 두드리며 휘몰아쳤다.
그날 밤, 올해 첫눈이 내렸다.
다음 날 아침, 강희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마당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사방이 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한 폭의 그림처럼 눈부신 풍경이었다.
“경성에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린 건 네댓 해는 됐네요. 전하께서 살아계실 때는 겨울마다 눈이 자주 내렸는데... 그때 저는 집안의 언니와 동생들이랑 눈싸움하는 게 그렇게도 좋았었어요. 얼마나 재미났던지.”
오윤초는 몸을 낮춰 눈을 한 움큼 쥐며 두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눈이 온 뒤로 날씨가 더 추워졌고 강희진은 겉옷을 여미며 고개를 들어 눈 쌓인 매화 가지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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