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1화
어머니께서 떠나셨으니 강희진은 이제 이 세상에 미련이라곤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지금, 강상목이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난 널 죽게 두지 않을 거다.”
강상목의 두 눈이 불길처럼 번뜩였고 그 시선은 마치 그녀의 속까지 꿰뚫는 듯했다. 강희진은 움찔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시킨 일을 끝내기 전까지 넌 이 생에서 평안이란 건 꿈도 꾸지 마라.”
강상목은 한 치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네가 죽고 싶으면 나는 너를 살려두겠다.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나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보아라. 나는 대주국 조정의 정승이고 하늘 아래 황제 한 분만이 내 위에 있을 뿐이다.”
“설령 원주가 궁에 들지 않는다 한들 내 자리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다. 너 따위가 나를 협박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가소롭단 말이다.”
그는 강희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듯 말했다.
“네 어미가 죽었으니 몹시도 상심했겠지. 내가 폐하께 품계를 구해두었으니 당장은 궁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며칠 쉬고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돌아가거라.”
말을 마친 강상목은 마치 다정한 아버지라도 되는 양 익숙하고 위선적인 미소를 지었고 그 안에는 강희진을 향한 그 어떤 진심도 없었다.
강희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듯 서 있었고 그가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가슴속에서 증오가 들끓었다. 차라리 토해내고 싶을 만큼 뜨겁고 거세게 말이다.
방 안엔 이내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고 강희진은 긴장이 풀리자 휘청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허은희의 죽음과 강상목의 더러운 말들이 모진 망치처럼 그녀를 짓눌렀다. 그녀는 그저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지난 생의 한을 풀기 위해 다시 이 생을 얻었는데 허은희가 죽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강희진은 차라리 어머니 따라 함께 가고 싶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죽을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허은희가 살아 있을 때도 강상목은 그리도 악착같이 두 모녀를 떼어놓으려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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