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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전하께서 과분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소인은 그저 미천한 하인일 뿐, 전하께서 너그러이 품어주셔서 이리 곁에 머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남자가 허리를 깊이 굽혀 공손히 아뢰었다. “그건 강씨 가문이 사람을 볼 줄 몰랐던 탓이다.” 선우영은 코웃음을 흘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를 따르거라. 훗날 대사를 이루게 되면 결단코 너를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눈매는 선우진과 꼭 닮은 듯했으나 그 안에 훨씬 더 깊고 날 선 야심이 서려 있었다. “소인, 전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죽는 그날까지 충심 다하겠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결연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날 밤 내린 눈은 경성 땅을 하룻밤 사이 온통 은빛으로 물들였다. ‘풍년을 알리는 길한 눈’이라며 백성들은 거리마다 등을 밝히고 설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기쁨이 가득한 날이었다. 강씨 가문도 마찬가지였고 마치 이틀 전 이 집에서 한 여인이 싸늘히 죽어 나간 것을 모두가 잊은 듯했다. 오윤초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 강희진은 침상 머리맡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얼굴은 창백했다. “이대로 계속 굶으시면 몸이 견디질 못할 겁니다. 입에 조금이라도 대보세요.” 탁자 위에 놓인 식은 음식들을 보며 오윤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팔에 걸고 있던 음식 찬합을 내려놓고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덜어 조심스레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강희진은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마치 이제 모두 세상 밖 일인 듯 허공만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사람은 결국 떠나는 법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어머님 몫까지 잘 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윤초는 죽을 한 숟가락 떠서 강희진의 입가에 조심스레 가져다 댔다. “오늘은 해가 떴더라고요. 잠시 밖에 나가셔서 바람이라도 쐬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씨께서 괜찮으시다면 희설 아씨도 부르겠습니다.” 그 말에 강희진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눈이... 그쳤단 말이냐?” 그녀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돌려 오윤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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