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29화
유정이 막 반박하려던 순간 입 밖으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문득 깨달았다.
‘분명히 내 침대에서 자놓고 무슨 소리야!’
결국 유정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한집에서 지내다 보면, 별일도 아닌 걸로 트러블이 생길 수 있었기에 유정은 조심스레 말했다.
“오늘 아침에 어머님이랑 조식 먹는다면서? 며칠째 안 들어갔잖아. 걱정하실 텐데.”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딱 맞춰 말하네.”
백림은 유정 뒤로 다가와 여자의 가방을 챙겨주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우리 엄마가 요즘은 안 와도 된대. 너랑 시간 많이 보내래.”
유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어머님이 우리가 같이 있는 거 알아?”
“응. 너희 어머님께서 전화하셔서 고맙다고 하셨거든.”
유정은 말문이 막혔다.
사고 난 후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 유정이 다쳤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유정은 조용히 지내고 싶어 상처는 가볍고, 백림이 잘 챙겨주고 있다고만 말했던 거였다.
그런데 진짜로 주윤숙에게 연락할 줄은 몰랐다.
유정은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차분하고 또렷한 얼굴선에 살짝 도도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하지만 이제 괜찮으니까, 안 챙겨도 돼.”
백림은 살짝 웃으며 유정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러고는 입술에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강을 건넜다고 다리를 부수는 거야? 근데 아직 앞엔 물살이 세. 넌 나 아직 필요하고.”
유정은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백림의 눈빛과 목소리가 너무나도 의미심장해서,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유정은 말로 되받아쳐 봐야 본인만 손해일 것 같아, 그냥 현관문을 열고 먼저 나가버렸다. 이윽고 뒤에서 백림이 웃으며 여자를 따라 나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한 여성이 먼저 타고 있었다. 그 여자는 두 사람을 보자 한발 물러서며 해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노영인이라고 해요. 바로 위층에 살아요, 막 이사 왔어요.”
영인은 로리타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큰 눈에 푸른 렌즈를 낀 채 하얀색 고양이를 안고 있는,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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