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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8화

한 시간쯤 지나자, 배달원이 점심을 가져왔다. 역시나 팔진식당의 김치찜, 금옥식당의 족발, 소금게장이 있었고, 그 외에도 신선한 야채볶음 몇 가지와 담백한 죽 한 그릇까지 세심하게 챙겨져 있었다. 이때, 백림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채 많이 먹고, 나머지는 맛만 봐.] 유정은 아까 백림의 농담이 떠올라 아직도 살짝 기분이 상해 있었기에, 말없이 한 마디만 내뱉었다. “응.” 백림은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화났어?] 유정은 짧게 대답했다. “아니.” 절대, 양심의 가책 따윈 없었고, 백림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사실 난 정말 좋았어.] 그 목소리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유정은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오후, 낮잠을 자고 일어난 유정은 딱히 할 일도 없어, 창가에 앉아 스케치북을 펼쳤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유정은 별생각 없이 펜을 들었다. 창밖으로 지는 햇살의 마지막 한 줄기를 그 종이 위에 남겼다. 그러다 문득 아래쪽 거리로 시선을 옮겼을 때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키 큰 남자가 검은색 코트를 입은 채로 곧은 자세로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의 손엔 붉은 장미꽃다발이 들려 있었고, 황혼 속에서 그 모습만은 유독 또렷하게 빛났다. 유정은 한참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다시 스케치북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고는 붉은 색을 조심스레 종이 위에 덧그렸다. 백림이 집 안으로 들어오며 꽃을 내밀었다.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잖아. 꽃이라도 있으면 기분 나아질까 해서.” 유정은 장미를 품에 안으며 생각했다. ‘얘,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잘해주면 정말 치명적이겠네.’ “꽃은 나중에 꽂고, 먼저 약부터 바르자.” 백림은 외투를 벗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몇 분 후, 약이 들어있는 통을 들고 돌아온 남자는 유정의 얼굴 상처를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또한 백림의 시선은 오로지 유정의 상처에 집중되어 있었다. “당분간은 얼굴에 물 닿지 않게 조심해. 오늘 밤 세수할 때도 안 닿게 하고.”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백림의 손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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