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27화
생각할수록 수상했다지만 이미 선수는 백림이 쳤기 때문에, 유정은 이제 와서 뭐라 해도 마치 부끄러워 말 바꾸는 것처럼 보일 게 뻔했다.
유정은 잠옷을 움켜쥐고 욕실로 들어갔다. 거울 앞에서 옷을 들춰본 순간, 가슴 아래로 퍼져 있는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유정은 숨을 들이마시며 속으로 외쳤다.
‘이 미친놈이 대체 어젯밤 나한테 뭘 한 거야?’
거실로 나왔을 땐, 백림이 아침 식사를 세팅하고 있었다. 유정이 나오자 남자는 자연스럽게 의자를 당겨주며 말했다.
“감기 걸렸으니까 오늘은 좀 담백한 걸로 준비했어.”
이윽고 백림이 내민 건 따뜻한 야채죽이었다.
유정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수저를 들었고, 여자의 분위기가 묘하게 기운 걸 느낀 백림이 물었다.
“어디 불편해?”
이에 유정은 짧게 대답했다.
“콧물 좀 나는 것 빼면 괜찮아.”
“가슴은 아직 아파?”
백림의 질문에, 유정의 볼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애써 무심한 척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젠 좀 나아졌어.”
그러나 백림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회사 가지 말고 푹 쉬어. 몸 다 낫고 나서 일해.”
남자의 어조는 협의가 아니라 통보였고, 유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마친 뒤, 백림은 출근 준비를 했다. 남자는 집을 나서기 전 유정의 체온을 다시 체크하고, 약 먹는 것도 확인했다.
“푹 쉬어. 뭐든 필요하면 바로 연락해.”
유정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나 이제 어리지도 않고, 내가 알아서 잘 챙겨.”
그러자 백림은 유정을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
“예전엔 네가 너를 챙겼지만, 앞으로는 내가 챙길 거야.”
남자의 진지한 말에 유정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여자는 일부러 시큰둥한 말투로 받아쳤다.
“감기 걸린 사람한테 장난치는 거야? 양심 어디 갔어?”
백림은 웃으며 대답했다.
“양심? 어젯밤에 팔았지. 177만원에.”
이에 유정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너무 싸게 넘겼네.”
“그럼 유정 사장님이 가격 좀 올려보던지. 내가 몸도 마음도 몽땅 드릴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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