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42화
유정은 정말 난감한 조항 하나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노트북을 안고 백림에게 다가갔다.
“이 조항 좀 봐줄래? 우리한테 불리한 내용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유정은 회사 기밀이 담긴 계약서를 거리낌 없이 백림의 손에 넘겼다.
백림은 그런 유정을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고, 이내 진지한 태도로 계약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후 삼십 분 동안 백림은 유정에게 조항 하나하나에 숨겨진 리스크와 정보들을 분석해줬다.
유정은 백림보다 경험이 부족했기에 남자의 설명을 들으며 큰 도움을 받았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신이 난 유정이 백림의 어깨를 톡 치며 말했다.
“의외네. 너 생각보다 쓸모 있는 사람이었어.”
이에 백림은 피식 웃었다.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였어?”
그 물음에 유정은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아니, 뭐. 지금처럼 진지하게만 굴면, 나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지.”
“얼마나 더 진지해야 해?”
백림은 느긋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진지하게 대할 수 있다는 건, 그 여자를 안 좋아한다는 뜻이야.”
그 말에 유정의 심장이 두어 박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화제를 피해 도망치듯 노트북을 닫았다.
“나 이거 수정해야겠네. 넌 그냥 축구나 봐.”
일을 마치고 유정은 곧장 방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불을 끄자, 밖에서 들리던 TV 소리도 희미해졌고, 창밖에선 빗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방 안은 따뜻했지만, 유정은 여전히 손발이 차가워 쉽게 잠들 수 없었다.
‘TV 소리도 멈춘 걸 보니, 조백림도 자는가 보네. 나 불편한 거 알아서, 오늘은 정말 안 오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허전했다.
결국 이어폰을 꺼내 노래를 틀었다. 그러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백림이, 유정을 조용히 품에 안았다.
이에 놀라 눈을 뜬 유정은 급히 뒤를 돌아보니, 어둠 속 백림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아직 안 잔 거야? 내가 깨웠어?”
유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또 들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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