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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8화

유정은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는 백림을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포크를 들었다. 전소은은 무척 들뜬 모습이었다. 계속해서 진기호가 회사에서 얼마나 인정받는지, 어떤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맡고 있는지를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그 사이 조백림은 잘 썰어둔 스테이크 조각을 유정의 접시로 옮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며칠, 고기 좀 많이 먹어.” 유정은 의아하게 물었다. “왜?” 백림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고기는 피를 보충해 주잖아.” 유정은 말없이 백림을 바라봤다. 심장이 조용히 울리는 듯한 감각, 자잘한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그녀를 배려해 주는 느낌이었다. 감동이라기엔 조용했고, 위로라기엔 은근한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지만 확실한 건 따뜻했다. 유정은 이런 섬세한 배려를 거의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거칠고 일방적이었다. 물론 그 사랑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감정의 방향은 늘 자기중심적이었다. 이에 비해, 백림의 마음 씀씀이는 확연히 달랐다. 백림은 유정의 표정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상식이지.” 유정은 정신을 차리고, 고기 한 점을 집어 천천히 씹었다. “응 처음 들었어.” 이에 백림은 슬며시 웃었다. “그럼 하나 더 알려줄게. 해산물은 되도록 줄여, 생리 기간에 여자 몸에 안 좋아.” 유정은 조금 전까지 감동하던 마음이 살짝 식었고, 콧소리를 내며 작게 말했다. “그 많은 경험은 어디서 온 거야? 조백림? 도대체 몇 명이나 이렇게 챙겨본 거야?” 백림은 웃으며 고기를 더 잘라주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정선숙 아주머니가 우리 엄마 챙길 때 배운 거야.” 유정은 반신반의하며 푸흡 웃자, 백림은 옆으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또 질투했지?” 유정은 순간 당황했다가 눈을 반짝이며 백림을 째려봤다. “내가 그렇게 질투 많은 사람이면, 너 벌써 폭발했을 텐데!” 그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자, 백림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기분만 좋다면, 폭발하든 뭐든 다 괜찮아.” 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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