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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9화

“아버님! 어머님!” 조엄화는 다급하게 유지태와 신화선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기뻤던 얼굴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얼룩졌고, 꼭 광대처럼 이 상황에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유지태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일이라면,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조철용은 양옆을 둘러보며 멋쩍은 듯 웃었다. “사실 나는 말이야, 시안이랑 신희가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신희, 너 생각은 어때?” “저...” 신희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고, 시안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짙게 가라앉은 시선이 여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조엄화는 신희를 향해 눈빛으로 절대 받아들이지 말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그러나 신희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전 괜찮아요.” 그 말에 시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조엄화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이를 악물고 신희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너 정신 나갔어?” 신희는 벼랑 끝에 선 사람처럼 눈에 큰 결심을 했는지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조엄화의 말은 못 들은 척했다. 조엄화는 이번엔 남편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당신은 가만히 있을 거야?” 유준성은 인상을 구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도 계시는데 우리가 뭘 말하겠어.” 조철용은 유지태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두 아이가 다 동의했으니, 나도 별문제 없네. 당신은 어때?” 시안의 가슴이 차갑게 식어갔다. ‘다 동의했다고? 당사자인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출신은 선택할 수 없지만, 와이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유지태는 시안을 한 번, 신희를 한 번 바라보더니 당황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어.” 조철용은 계속해 말했다. “신희는 참 괜찮은 아이고, 시안이도 나무랄 데 없지. 얼굴합도 잘 맞고. 이렇게 혼사로 맺어지면 서로 더 돈독해지고 좋은 일이지 않겠어?” 유지태는 마지못해 헛웃음을 흘리더니, 곧 신희를 깊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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