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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6화

유정은 아침 여덟 시에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킨 순간, 깜짝 놀랐다가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유정은 긴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정리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두툼한 니트 차림으로 밤을 보낸 탓에 온몸이 뻐근했고, 너무 급히 일어난 바람에 머릿속이 울릴 듯 아프자 다시 침대에 몸을 눕혔다. 몸을 돌려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 채 손등을 베고 눈을 반쯤 감았다. 잠이 깨자마자 조백림의 얼굴이 떠올랐고, 전날 밤 남자가 내뱉은 말들도 하나하나 칼날처럼 돌아와 가슴을 쿡쿡 찔렀다. 이런 통증은 꽤나 아팠다. 격렬하진 않지만 마치 마약처럼 천천히 마모되고, 아팠다가를 반복해 마음을 저리게 만들었다. 차분히 생각해 보니 백림이 딱히 잘못한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달콤한 말들은 늘 사귀는 상대에게 똑같이 건네던 레퍼토리였고, 자신은 그것을 알면서도 차츰 마음을 준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백림이 기은미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나 백림은 애당초 유정에게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백림은 원래 그저 그런 남자였기에, 잘못을 했다면 유정이 한 것이 맞았다. 애초에 큰 기대를 품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백림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리라 믿어 버렸으니까. 며칠을 앓고 나니 비로소 냉정을 되찾고 두 사람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분노도, 슬픔도 아주 조금씩 희미해졌다. 유정은 차오르는 울음을 겨우겨우 삼켰다.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 되는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이었다. 잠시 뒤, 유정은 욕실로 가서 간단히 씻었다. 옷매무새를 추스르고 문을 열자 마침 서선혁이 아침 식사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컨디션 좀 어때?” 유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많이 나아졌어. 고마워, 어제 신세 많이 졌어.” 선혁은 식탁으로 향했다. “어서 와서 먹어.” 이에 유정은 부엌에서 그릇을 챙기며 물었다. “오늘 비행기가 몇 시라고 했지?” “열두 시 반. 아직 시간 넉넉해.” 선혁은 두유를 건네며 농담을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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