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39화
조시안의 눈에 스치듯 어두운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유신희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신희 씨, 저 좋아해요?”
돌직구에 신희는 잠시 굳어졌다. 긴 속눈썹이 떨리며 여자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저 팬으로서 호감이 있었어요. 근데 조시안이란 이름을 알게 된 뒤에도 그 감정은 그대로였어요.”
“내겐, 당신은 여전히 주준이거든요.”
시안은 냉소를 머금은 미소를 흘렸다.
“내가 사생아라는 이유로 무시한 적은 없었어요?”
신희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요, 절대로요!”
그러나 시안은 여전히 냉담했다.
“흠, 저는 분명히 말하죠. 전 신희 씨한테 아무 감정 없어요. 그리고 헛된 기대도 하지 마요.”
“나는 조씨 집안의 정식 후계자가 될 수 없거든요. 이 집안의 부나 권력, 다 나랑은 상관없는 거예요.”
신희는 짧은 침묵 끝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내가 당신이 그걸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면요?”
뜻밖의 말에 시안은 놀란 눈으로 신희를 바라봤다.
“신희 씨가요?”
신희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요. 조백림만큼 능력이나 배경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랑 손잡는다면 불가능도 가능해질 수 있어요.”
시안은 처음으로 신희를 제대로 바라봤다. 어딘가 유정과 닮은 눈매, 그러나 유정처럼 아우라는 없었다.
창백한 얼굴은 오히려 신희를 연약하게 보이게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약함도 보이지 않았다.
신희도 시안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우리, 결국 둘 다 집안의 말에 휘둘리는 중이에요. 우리가 하는 말에 힘도 없고, 원하는 걸 선택할 수도 없죠.”
“그래서 서로 손잡고 뭔가 바꿔보자는 거예요. 우리 삶, 우리가 한 번쯤 주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요?”
시안의 목소리는 잠긴 듯 낮았다.
“뭘 하자는 건데요?”
신희는 솔직하게 웃었다.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 정해진 건 없어요. 다만, 우리 이익은 같잖아요. 서로 도우면 뭐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시안은 신희를 바라보며 깊은 시선으로 가늠했다.
여자는 찻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