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51화
유정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서은혜는 말을 흐리며 구체적인 이유는 끝내 밝히지 않고, 그저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만 했다.
이에 유정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소희와 성연희에게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사실 오늘 이 자리는 모두가 예상했듯, 조백림과의 화해를 위한 자리가 분명했다. 그런데 정작 유정이 먼저 자리를 떠야 하게 된 것이다.
소희가 시계를 보고 말했다.
“우리도 슬슬 가야 해. 급한 일 있으면 먼저 가. 다음에 또 보자.”
유정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가방을 챙겨 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여는 순간, 마침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던 백림과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둘은 동시에 시선을 피했고, 유정은 몸을 살짝 틀어 그와 어깨를 스치듯 지나쳤다.
백림은 어두운 눈빛으로 유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소파에 앉자 임구택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앉아 있냐? 안 따라가?”
그러나 백림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무심히 손안의 라이터를 굴렸다.
“이젠 할 말도 없어서.”
이에 시원이 라이터를 낚아채듯 가져가며 가볍게 나무랐다.
“뭐 하는 거야? 술도 안 마신 거, 데려다주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그만 버티고 가!”
구택도 웃으며 거들었다.
“여기에 우리뿐인데, 누가 널 비웃겠냐?”
“맞아.”
시원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 겪어본 사람들인데 누가 누굴 놀리겠냐고?”
백림은 입꼬리를 비틀며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면 먼저 갈게. 계산은 해놨고 오늘 고마웠어.”
“이런 인사치레는 됐어. 유정이 벌써 집 도착했겠다.”
시원이 웃으며 등을 떠밀 듯 말했다.
이에 백림은 미간을 한 번 찡그리더니 고개만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
연희는 백림이 급하게 사라지는 걸 보며 소희에게 눈짓했다.
“이거, 아직 마음 남았네.”
소희는 담담히 웃었다.
“마음이 안 식었으니, 당연히 끝난 게 아니지.”
유정은 입구에서 대리기사가 차를 가져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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