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60화
삼십 분쯤 뒤, 유정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스케치북을 찾으러 왔다가 덜컥 집을 사게 되다니, 속은 기분이 점점 뚜렷해졌다.
중개인이 서재에서 서류를 복사하러 간 사이, 유정은 조백림을 흘겨보며 물었다.
“이 집에서 사람 죽이고 숨겨놓은 건 아니겠지?”
“컥.”
백림은 물을 마시다가 유정의 말에 놀랐는지 기침을 하며,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나서야 웃으며 말했다.
“너무 상상력이 풍부한데? 나는 팔고 싶었고, 넌 사고 싶었잖아. 바로 계약한 거, 깔끔하니 좋지 않아?”
“설마 며칠 후에 다시 보자고 하고 몇 번 더 만나고 나서 사인하고 싶었던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유정은 급히 부인하자, 백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다 바쁘잖아. 일 처리 빠른 게 뭐가 나빠?”
남자의 말은 빈틈이 없었고, 유정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유정은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예전에 이 집에서 어느 날 저녁 깨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노을이 비치는 강을 보며 생각했던 것이 생각했다. 중개인이 해 질 녘 백림을 데리고 와 이 경치를 보여줬고, 그 자리에서 계약했을 거라고.
그런데 그때 머릿속으로만 그려봤던 장면이, 지금 자기 자신에게 그대로 일어날 줄이야. 정말, 세상일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계약이 끝나자 중개인은 아직 남은 절차가 있다며 다음 일정을 다시 잡자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에서 이렇게 빨리 팔린 집은 처음이라고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중개인을 보내고 나자 유정도 자리를 뜨려 했고, 백림은 현관 앞까지 배웅하며 말했다.
“열쇠는 네가 갖고 있잖아. 이제 집은 네 거니까, 언제든 와서 살아도 돼. 나는 다시는 안 올 거고.”
유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차에 앉아 반쯤 열린 창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바람에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방금 자신이 얼마나 충동적인 선택을 했는지 선명하게 실감이 났다. 도대체 왜 그 순간 집을 사겠다고 한 걸까,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사할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그 집은 원래 백림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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