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6화
조백림은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변우는 한층 더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경이 잘못한 건 나도 알아. 여태까지 내가 너한테 부탁을 한 적 없었잖아. 이번 한 번만 부탁할게. 내 체면 좀 세워주면 안 되겠니?]
“아버지 체면 세워주자고 아버지 애인을 내가 용서하라고요?”
백림의 말투엔 차가운 살기가 섞여 있었다.
“조변우 씨, 조변우 씨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을 수 있죠?”
백림의 입에서 아버지라는 호칭이 사라지고, 그 이름을 직접 부른 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조변우는 말문이 막혀버렸고, 몇 초간 침묵이 흐르자, 백림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거실로 돌아온 백림은 유정이 두고 간 따뜻한 물과 소염제를 보았다.
남자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약을 집어 들었다가, 곧장 거실 서랍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때 벨이 울렸고, 문을 열자, 유정이 서 있었다. 약간 찡그린 미간은 여전히 진중했다.
“말 안 했는데, 상처 다 나을 때까지 물 닿으면 안 되고, 샤워도 금지. 술이랑 매운 음식도 안 돼. 그리고...”
말을 마치기도 전, 백림이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았다.
유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조백림, 내 죄책감 이용해서 이러는 거면 선 넘는 거야!”
백림은 억울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아까는 제대로 안 안아서 그런 거야. 사실 참으려고 했는데, 네가 다시 찾아왔잖아. 그러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유정이 몸을 빼려 하자, 백림은 더 세게 안으며 말했다.
“가지 마. 등 아파.”
남자는 괴로운 듯 소리를 내며 유정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화끈거려. 속까지 찌릿할 만큼 아파.”
유산으로 인한 상처는 일반 화상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기에, 유정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약은 먹었어?”
“먹었지.”
“그러면 약 좀 다시 발라줄까?”
백림은 조금 더 유정의 품에 안겨 있다가, 아쉬운 듯 팔을 풀며 말했다.
“좋지.”
여자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백림을 쳐다봤다. 그 웃음, 저렇게 밝은 얼굴이 찌릿한 고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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