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4화
고효석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의 생각이 있으니까. 우리가 정면으로 부딪칠 필요는 없지.”
“너무 부담 갖지 마. 그냥 오랜만에 친구끼리 만난 거라고 생각하면 돼.”
“마침 나도 시간 있었고, 네가 경성까지 왔는데, 내가 좀 안내해 주는 거지. 그게 다야.”
따뜻하고 너그러운 효석의 웃음에 유정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에 유정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별말을 다 하네.”
효석은 개의치 않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두 사람은 새로 조성된 문화의 거리로 향했다. 차를 근처에 세우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말 그대로 붐비는 곳이었다. 거리 전체에 연등과 설 장식이 걸려 있었고, 기다란 붉은 조명이 용처럼 이어져 있었다.
밤이 되면 모두 불이 들어올 테니 훨씬 더 화려하고 장관일 듯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회운방 매장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 오리구이 네 마리를 샀다. 계산은 효석이 먼저 나서서 했다.
유정은 원래 두 마리를 더 사서 효석에게 건네주려 했다. 고효석 할아버지께 드리라고. 그런데 결국 효석이 스스로 계산을 한 셈이었다.
가게에서 나오는 길에 효석이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마치고 유정 쪽으로 돌아서며 물었다.
“재난 구호 봉사활동이 있는데, 같이 갈래?”
“무슨 일이야?”
유정이 묻자, 효석이 설명했다.
경성 외곽의 한 시골 마을에 폭설이 내려 길이 끊기고, 학교도 휴교 중이었다.
효석의 친구가 구호 단체에서 봉사하러 간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몇몇 동문들과 함께 지원을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내일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방금 연락이 와서 일정을 앞당겼다고 했다. 약속된 장소에 곧 집결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봉사라면 유정도 당연히 참여하고 싶었다.
“좋아, 같이 가자!”
유정이 바로 대답했다.
효석은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지금 출발하면 마을까지 네 시간 정도 걸려. 오늘 밤엔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서정후 할아버지께는 네가 직접 전화드려. 걱정하시지 않게.”
“응, 알겠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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