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3화
들판에서 기러기들이 땅을 쪼아대며 날개를 퍼덕인 것을 보아 무척이나 신이 난 듯한 모습이었다. 유정이 다가오자, 녀석들은 꽥꽥 두어 번 울어댔다.
부엌에선 유정이 좋아하던 기름떡이 튀겨지고 있었고, 고소한 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다. 이에 유정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서정후는 손에 쥐고 있던 기러기 먹이를 털고, 두 손을 뒤로 하고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고효석, 밥 먹으러 와!”
유정은 눈을 굴리며 서정후가 손 씻으러 들어간 틈을 타 조용히 따라갔다.
“이 할아버지 참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저랑 효석인 절대 그런 사이 아니라고요.”
“왜 자꾸 사람을 불러서 이상하게 만들어요? 완전 곤란하게 하잖아요.”
“곤란하긴 누가 곤란해?”
서정후가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너, 경성 온 이유가 조백림이랑 그 집안에서 벗어나려고 그런 거 아니었나?”
“근데 네가 여기서 남자친구라도 사귀면, 그 집안이 너를 억지로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아?”
유정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하지만 전 남자친구 만들고 싶지 않아요!”
“할아버지!”
효석이 집 쪽으로 걸어오며 인사를 건넸다.
서정후는 대답만 짧게 하고 유정에게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한 뒤, 효석의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할아버지, 셰프님이 장아찌 잡수실지 물어보세요.”
효석이 웃으며 말했다.
“먹지, 먹어야지. 얼른 와. 우리 집에서 담근 장아찌 한번 먹어봐. 바깥에선 절대 이런 맛 못 봐.”
두 사람이 멀어지자, 유정은 화장실 쪽에서 나왔다. 그녀는 이마를 짚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히 지내려고 경성에 온 건데, 오히려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식사 시간, 유정이 자리에 앉자 유정이 좋아하던 경성 전통 과자들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우리 할아버지가 네가 왔다는 얘기 듣고, 이거 꼭 챙겨주래. 어릴 때 네가 제일 좋아하던 거라면서.”
효석이 대추빵을 건네며 말했다.
유정은 속으로 놀랐다.
‘고효석 쪽 어른들까지 알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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