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48화
조백림은 접시 위의 푸아그라를 힐끔 보더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시끄러운 것치고 값나가는 건 거의 없어요. 이 20만 원짜리, 그냥 입 닫는 값으로 쳐주지.”
권한진의 눈이 가늘게 좁아지며 막 뭔가 말하려던 찰나, 고효석이 냉랭하게 끼어들었다.
“한진아, 너 술 너무 많이 마셨다. 자리로 돌아가.”
한진은 입꼬리를 비웃듯 올리며 백림을 지나쳐 다른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효석은 난처한 듯 백림을 향해 말했다.
“미안해요. 얘가 술만 마시면 입을 못 다물어요. 원래는 부른 사람도 아닌데, 하필 여기서 마주쳐서.”
백림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옆자리에 있던 김제일이 한진을 억지로 앉히며 조용히 말했다.
“야, 너 왜 그러냐?”
한진은 조백림 쪽을 힐끔 보고는 눈꼬리에 장난기를 띠며 웃었다.
“그냥 장난이야. 왜 이렇게 다들 예민하게 받아들이냐?”
실은 다 계획된 행동이었다. 백림을 난처하게 만들어 효석의 앞에서 점수 좀 따볼 심산이었다.
조금 전, 효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제일과 몇몇 친구들이 둘러앉아 수다를 떨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유정과 효석의 사이로 흘렀고, 제일이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유정이랑 효석이 사귀는 줄 알았어. 알고 보니 유정 씨 남자친구 따로 있더라고. 효석이는 그냥 짝사랑이네.”
그때 한진도 웃으며 거들었다.
“진짜야? 고효석 같은 훈남을 차는 사람도 있냐?”
나희연이 그 말을 받아쳤다.
“유정 씨 남자친구도 완전 잘생겼대. 진짜 엄청!”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권한진은, 실제로 백림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외모며 분위기며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보다 몇 수 위였다.
그 질투심이 한진을 자극했다. 결국 그 무례한 행동은 효석을 돋보이게 하려는 유치한 수싸움이었다.
한진은 제일과 몇 잔 더 마신 후, 유정이 혼자 자리에서 나가는 걸 보고 일부러 전화하는 척하며 따라나섰다.
유정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건너편 복도에서 기다리던 한진이 다가왔다.
“유정 씨.”
남자의 목소리는 어색하게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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