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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3화

집에 돌아오니 서정후는 마당에 나와 있었는데 어지간히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지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툭하면 집을 나가겠다고 하는 게, 아직도 철 안 든 애냐?” 유정은 웃으며 말했다. “누가 집을 나갔다 그래요? 진짜 가출이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안 보내고, 걱정되게 만들어야죠!” 말을 마친 유정은 성큼 다가가 서정후의 팔짱을 끼었다. “조백림이 일부러 돌아가면서까지 개현거리 회운방에서 오리구이 사 왔어요. 이거 드시고 인제 그만 화 푸세요, 네?” 서정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오리 한 마리 사 왔다고 나를 매수할 수 있을 것 같아?” “할아버지 화해 신청을 이렇게 하는 데 더 튕기지 마시고 화해하시죠!” 유정이 눈짓을 하며 말하자, 서정후는 비웃듯이 웃었다. “화해 싫으면 이대로 끝내시던지요. 그리고 장기판 다 풀었잖아요. 약속하신 말은 지키셔야죠?” “풀었다고? 그깟 장기 말 하나 더 얹었다고 그러는 거야?” 유정은 눈을 크게 떴다. “그거 알아보셨어요?” 서정후는 당당하게 말했다. “너 그 꼼수로 날 속이려고 했냐?” “맞아요, 맞아. 우리 할아버지는 제갈량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명석하신데, 제가 그것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떠들었네요.” 유정은 서정후의 팔을 꼭 안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백림이 차를 주차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할아버님.” 백림이 공손히 인사하자, 서정후는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래.” 태도는 미적지근했지만, 일단 응답했다는 건 백림을 손주사위로 받아들였다는 뜻이었다. “짐은 위층에 올려놓을게요.” 백림이 말하자, 유정은 그에게서 오리구이를 받아 들었다. “이건 제가 주방에 두고 올게요.” 서정후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얼굴빛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서정후도 유정이 백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기가 막으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라는 건 단 하나 백림이 유정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것 그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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