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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3화

[호텔이야.] 장의현의 말에 유정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이 정도면 진도 미쳤는데?” 의현은 멍한 얼굴로 있다가 곧장 해명했다. [뭔 생각 하는 거야? 우리 지금 PC텔에 있어. 이따가 같이 게임을 하려고.] 유정은 그제야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안 피곤해? 게임까지 하다니?” 의현은 히히 웃으며 말했다. [겨우 만났는데, 당연히 몇 판은 해야지. 그래야 제맛이지.] 유정은 물었다. “그러면 내일은 나 없어도 되겠네?” 의현은 살짝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은 선혁이 출근한다니까 너랑 놀아야지.] 유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실망하는 거야?” [아니야, 내가 언제 남자 때문에 친구 버리는 스타일이야?] 이에 유정은 피식 웃었다. “그랬던 사람이 누군데? 장거리 연애는 죽어도 안 한다더니.” 역시 외모주의는 달랐다. 잘생긴 남자 하나에 원칙이고 뭐고 순식간에 무너지는 걸 보면. 그때 의현이 목소리를 낮췄다. [야, 꼬마 요정. 나 있잖아, 걔는 나한테는 전혀 그런 관심 없는 것 같아. 그냥 친구처럼 대해.] 유정은 장난스레 말했다. “네 매력을 믿어. 친구로 시작했다가 사랑으로 끝나는 게 제일 찐이야. 너라면 가능해!” 의현은 까르르 웃더니 급히 말했다. [선혁이 온다. 끊자. 내일 보자. 디테일은 나중에.] “응.” 유정이 전화를 끊은 그때, 백림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랑 통화했어?” “장의현.” 유정은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보니까 선혁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백림은 유정을 안고 침대 위로 같이 누웠다. 남자의 손끝이 유정의 턱을 스치고, 이어지는 입맞춤은 부드럽고 조용했다. 고요한 밤, 두 사람의 마음은 말없이 맞닿았다. 서두르지 않았고, 조급하지도 않았다. 서로의 눈빛 속에서 서로를 확인하며, 말없이 감정을 나누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유정은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을 감싸 안고 말했다. “이젠 가자. 할아버님 아시면 싫어하실 거야.” 백림은 붉어진 입술로 유정의 코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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