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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4화

전소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강희, 너 유정이 집안 잘 사니까 그쪽 편만 드는 거 아냐?” 이에 강희는 숨을 들이켰다. “소은아,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여자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목소리엔 분노가 섞였다. “우리 유정이랑 친해졌을 때, 걔네 집이 그렇게 부자인 줄 누가 알았어? 우리는 그냥 잘 맞아서 친했던 거야.” “그동안의 시간은 뭐였어? 내가 유정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지낸 줄 알았다면 우리 또한 쓸데없는 만남을 가진 거네.” 강희가 진심으로 화가 난 걸 느낀 소은은 급히 말했다. “장난이었어.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 강희는 지친 듯 고개를 저었다. “소은아, 넌 정말 많이 변했어.” 이에 소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다 졸업하고 사회생활 몇 년씩 했는데, 아직도 학교 다닐 때처럼 순진하게 굴 순 없잖아?” 강희는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게 어른스러움이라면, 난 차라리 우리가 예전처럼 유치한 게 낫겠어.” 소은은 목소리를 높이며 따졌다. “지금 나더러 위선적이고 속물 같다는 거야?” 이에 강희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전보다 더 비교하고 계산하는 것 같아. 연애에만 몰두하는 건 여전하지만. 오늘도 마찬가지야.” “유정이 보러 온다면서, 결국 진기호 씨 일 도와주려는 거잖아. 솔직히 좀 놀랐어.” 소은은 언짢은 얼굴로 변명했다. “유정이도 보러 오고, 오빠랑 조백림 사장님이 일 얘기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두 개 다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러자 강희는 비웃듯 말했다. “기호 씨가 안 왔으면 넌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거잖아?” 소은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날 그렇게 생각하면 더 할 말 없네.” 화를 이기지 못한 소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고, 기호와 함께 나가려는 듯했다. 복도는 길었고, 방도 많았다. 소은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다가, 문이 반쯤 열린 방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엿들으려 발걸음을 죽였다. 그러나 막 문가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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