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39화
서선혁은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댄 채, 느긋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
“또 소개팅이에요?”
송현서는 그 말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들 역시 눈치가 빨라.”
“안 가요.”
선혁은 단칼에 잘라 말했다.
“내가 소개팅까지 해서 여자친구를 만나야 할 정도로 딸린다고 생각해요?”
순식간에 송현서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럼 여자친구를 데려와야지! 매년 명절마다 너는 네 캐리어만 질질 끌고 들어오잖아. 캐리어랑 그렇게 붙어 다닐 거면 차라리 그거랑 결혼해!”
선혁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요. 이따 나가서 캐리어 손잡이 잡고 말할게요. 내 여자친구, 이름은 캐리라고요.”
그 말에 송현서는 옆에 있던 장식품을 들고 그대로 던지려 했고, 서선혁은 몸을 홱 피하며 손을 들어 항복하듯 말했다.
“알겠어, 알겠다고. 올해는 캐리어 말고 여자친구 손을 잡고 들어올게요.”
송현서는 장식품을 제자리에 내려놓으며 마지막 경고를 건넸다.
“딱 1년이야. 내년 이맘때까지 여자친구를 데려오든, 너희 아빠 회사 들어가든 둘 중 하나야. 선택은 네 몫이야.”
말을 끝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선혁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우리 엄마 변했어. 첫날 나 마중 나와서 웃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거야? 여기 오래 있으면 위험하겠는데?”
선혁은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서선혁!]
유정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유정아, 무슨 일이야?”
선혁은 장난스러운 어조로 받았다.
[정말 부탁할 게 있어서.]
“말만 해.”
[내가 장의현한테 줄 자료를 깜빡하고 못 줬어. 혹시 경성 돌아가기 전에 해성에 들러서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선혁은 짧게 웃었다.
“택배는 안 돼?”
[안 돼. 기밀 자료야. 혹시라도 유출되면 곤란해.]
“그 정도로 믿어주는데, 그렇게까지 중요한 자료면 내가 직접 전해줘야지.”
[고마워, 진짜 고마워. 역시 내 동창 최고야!]
“별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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