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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6화

호텔을 나서니 바깥은 이미 어둑어둑했다. 구연은 깊게 숨을 들이켰지만, 가슴속에 쌓인 분노와 치욕이 몸을 떨리게 했다. 그 순간, 차 한 대가 구연의 앞에 멈춰 섰다.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꿍꿍이가 있는 듯한 얼굴의 심명이 나타났다. 이에 남자는 놀란 눈빛으로 구연을 위아래로 훑었다. “강탈이라도 당했나요?” 구연의 눈가가 순간적으로 붉어졌다. 울음이 치밀었지만, 여자는 고개를 세차게 젖히며 간신히 삼켰다. 어릴 적부터 공부와 무술로 숱한 고생을 했지만, 오늘 받은 모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내가 경찰에 신고해 줄까요?” 심명이 진심 어린 듯 묻자 구연은 굳게 입술을 깨물고 짧게 말했다. “필요 없어요.” “정말 안쓰럽네요. 올라타요,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심명의 눈빛에는 동정이 어렸다. 평소 같았으면 절대 심명의 차에 타지 않았을 것이지만 오늘은 잠시 망설인 끝에, 결국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주소를 말하자 차는 출발했고, 심명은 구연의 얼굴을 기울여 보며 물었다. “여자한테 맞은 거예요?” 어둑한 불빛 속, 심명의 눈매가 기묘하게 빛났다. 이에 구연은 얼른 고개를 돌려 창밖만 응시했다. “앞에서 잠시 멈춰요.” 심명이 기사에게 지시하자, 차는 약국 앞에 섰고 남자는 차에서 내렸다가 몇 분 뒤 돌아왔다. 심명이 내민 것은 약 연고였다. “직접 발라요.” 구연은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는데 받기 싫다는 태도였다. “그럼 내가 발라줄까요?” 심명이 웃으며 말하자 그제야 구연은 고개를 돌려 남자의 길고 하얀 손을 바라보다가, 잠시 망설인 끝에 약을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차는 다시 출발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로 위 심명은 몸을 비스듬히 기대며 낮게 물었다. “혹시 내가 소희를 만난 걸 임구택에게 알린 게 구연 씨인가요?” 구연은 심명을 흘끗 보았을 뿐 꽉 쥔 연고를 내려놓지 않았다. 이에 심명이 코웃음을 쳤다. “설마 그 따귀 소희한테 맞은 건 아니겠죠?” “아니에요.” 구연은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다를 것도 없죠.” 심명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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