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35화
칼리는 구연의 조언에 고마운 듯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음 날 저녁, 구택은 구연을 데리고 한 파티에 참석했다.
꽤 사적인 모임이었고, 구택이 도착하자 곧 주최자가 직접 나와 남자를 센터 자리에 앉혔다.
무언가 이야기를 나눌 듯하여 구연은 눈치껏 물러나지 않고 곁에서 머물지 않았다.
구연은 이쪽저쪽에서 말을 건네오는 사람들과 무난하게 대화를 이어갔고, 한 남자의 춤 요청은 부드럽게 거절하고 홀가분히 서서 구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구연!”
등 뒤에서 날카로운 부름이 들린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짝 하는 소리가 울렸다.
구연의 뺨 위로 한 손바닥이 거칠게 내려앉은 것이다.
본능적으로 반격하려 팔을 치켜들었으나,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구연은 얼굴빛을 굳힌 채 조심스레 뒤로 물러섰다.
차갑고 도발적인 인상의 연희가 눈앞에 서 있었다.
임신 중임에도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았고, 우월한 키 덕분에 한층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연희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뒤에서 이간질하는 짓을 언제까지 할 셈이지? 임구택을 뺏고 싶으면 당당하게 나서지, 왜 맨날 숨어서 비열하게 구는 거야?”
구연의 뺨에는 연희의 손톱이 긁고 간 자국이 남아 화끈하게 따가웠다.
“연희 씨께서 하시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연희는 비웃으며 소리쳤다.
“계속 발뺌해 봐요! 내가 지금까지 네가 한 짓을 참아줬는데, 감히 임구택을 넘보는 네 꼴을 보니 역겨워.”
“차라리 대놓고 맞붙었으면 그나마 사람 대접이라도 받았을 텐데, 지금 보니 당신은 그만한 값어치도 없거든.”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자 주위의 시선이 집중됐다.
연희는 사교계에 아는 이들이 많았고, 이곳에도 여자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곧 몇몇 여성들이 다가와 연희 곁을 둘러쌌다.
“연희 씨, 무슨 일이에요?”
“연희 씨, 아이 가진 몸인데 흥분하면 안 돼요.”
“설마 또 어떤 천박한 여자가 임구택 사장님을 꼬신 건 아니죠?”
연희는 냉담하게 침묵했으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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