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46화
칼리가 자리를 비우자, 구연은 책상 위의 서류들을 차분히 정리했다.
심명과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고, 당분간은 특별히 맞춰야 할 일도 없었다.
곧 자기 일을 대신 맡게 될 이는 칼리일 것이다.
어차피 그 무렵이면 구택 역시 더는 이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터였다.
서류 정리를 마친 구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심명 씨, 시간 괜찮으세요?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요. 감사의 의미로 제가 식사 대접하고 싶거든요.”
수화기 너머 심명의 웃음은 늘 그렇듯 가벼웠다.
[미안해요. 지금은 볼일이 있어서 이제 시간 되면 제가 대접할게요.]
구연의 눈에 실망이 스쳤으나 곧 눈을 내리깔고 담담히 웃어 보였다.
“좋아요. 그럼 다음에 뵙죠.”
전화를 끊은 뒤, 구연은 심명이 사인한 문서를 꺼내 바라보았다. 힘차고 거침없는 필체는 그와 똑같이 오만하고 제멋대로였다.
구연은 서류를 조심스레 파일에 넣고 정리했다.
이틀 뒤, 집에 돌아오자 백호균이 사람을 시켜 구연을 서재로 불렀다.
“때가 되었어. 오늘 밤, 강성을 떠나는 거야.”
구연은 눈빛을 단단히 다잡았다.
“곧장 준비할게요.”
백호균은 시계를 확인하며 덧붙였다.
“열 시 비행기야. 마중 나올 사람이 있고 아직 몇 시간 있으니까 시간은 넉넉하다.”
“네.”
구연은 고개를 숙여 복종을 표했다.
할아버지와 손녀는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 구연은 방으로 돌아가 출발 준비를 했다.
밤 여덟 시가 가까워졌다. 떠나기까지 두 시간 남짓. 강성에서의 임무는 이제 마무리였다.
구연의 다음 행선지는 삼각주였고 그곳에서의 임무는 바로 소희 암살하는 것이다.
소희만 사라진다면 말리연방과 백협의 결렬은 확실해지고, 그 틈을 타 C국 국경의 요충지를 차지하는 일이 손쉬워진다.
소희의 목숨을 끊는 것, 그것이 구연과 백호균의 목적 중 하나였다.
몇 달간 강성에서 보낸 시간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임씨그룹에 잠입해 구택의 신뢰를 얻었고, 비록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말리연방의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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