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98화
소희는 의자에 앉아 예복을 입고 행복한 웃음을 머금은 백림과 유정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구택은 연희와 자리를 바꿔 소희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소희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엄청나게 집중해서 보네. 우리 결혼식 생각나는 거야?”
소희는 정교한 이목구비에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막 귀국했을 때 요요랑 놀러 나갔다가 시원 오빠를 우연히 만났잖아. 그때 오빠가 조백림이 약혼한다면서 나를 데려가서 약혼식에 같이 참석했거든.”
구택은 미묘하게 눈썹을 올리며 되물었다.
“그때 네가 나타나는 걸 보고는, 시원이랑 요요가 같이 있는 걸 왜 그땐 생각도 못 했는지 모르겠네.”
소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혹시 그때 요요가 내 딸이라고 의심한 적 있어?”
소희는 그때 많은 사람이 요요를 안고 있는 자신을 보고 그렇게 물어왔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자 구택의 검은 눈빛에 교만한 기색이 스쳤다.
“당연히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했어.”
다만 약혼식이 끝나고 심명이 소희를 데리러 왔을 때,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 깊이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소희는 잔잔히 웃으며 다시 화제를 돌렸다.
“그날 우리도 같이 앉아 있었는데 기억나? 당신이 뭐라고 했는지?”
구택은 잠시 생각하다가 얄궂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는 백림이 정말 유정을 사랑하지 않았잖아.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야.”
소희는 앞쪽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됐잖아. 인생은 늘 뜻밖의 만남으로 채워지니까.”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순간이 사실은 평생 함께할 사람을 만나는 특별한 시작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말들은 자꾸 하다 보면 결국 진짜가 되기도 해.”
결혼식은 서약의 순서로 넘어갔다.
주례자는 단정한 예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백림 군, 유정 양을 아내로 맞이하겠습니까? 순경이든 역경이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건강하든 아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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