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09화
의현은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한숨처럼 속으로 중얼거렸다.
잠깐 세수를 하고 정리한 뒤 호텔 밖으로 나서자, 검은색 G바겐이 눈에 띄었다.
운전석에 앉은 서선혁이 선글라스를 쓰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보며 말했다.
“공주님, 어서 승차하세요.”
의현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왜 여기 있는 거야?”
선혁은 눈썹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단체방에 나도 있는 거 못 봤어?”
의현은 눈이 커졌다.
들러리들과 낯선 사람 몇 명이 추가된 건 알았지만 세세히 보진 않았던 터였다.
선혁이 가볍게 웃었다.
“그래, 네가 날 차단했잖아. 프로필 사진도 바꿨으니 못 알아본 게 당연하지. 자, 이제 올라타.”
의현은 꼼짝 않고 서 있자 선혁이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
“내가 잘못했네. 공주님은 모셔야 하는 거였지.”
의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선혁을 한번 훑어보고는, 조수석 대신 뒷좌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
선혁은 다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약속 장소인 블루드로 차를 몰았다.
의현은 창밖만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선혁은 백미러로 여자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엄마는 생각이 단순해서 가끔 앞뒤를 재지 않고 움직이거든.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의현은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미 언니께 분명히 말씀드렸어. 우리 사이에는 아무 가능성도 없다고.”
선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가 말한 건 둘이 자매라는 설정 말이야. 정말 이모 노릇할 거야? 호칭도 바꿔. 무슨 언니야.”
“너랑 또래인 아들이 있는데, 원래대로면 네가 우리 엄마를 이모라고 불러야지.”
의현은 피식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애써 고개를 돌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버텼다.
억지로 과거의 힘든 기억을 떠올려서라도 웃음을 삼켰다.
이에 선혁은 흘깃 보며 말했다.
“웃고 싶으면 웃어. 참다가 병나면 내가 책임져야 하잖아.”
“누가 네 책임을 바란다고?”
의현이 즉각 쏘아붙였다.
“내 차에 타고 있잖아. 내가 책임지는 게 당연하지.”
“그럼 세워, 내릴게.”
선혁은 짧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