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54화
반 시간쯤 지나서 방건홍이 수술실에서 밀려 나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며칠만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는 결과였다.
병실로 돌아오자 친척들이 하나둘 몰려왔다.
원래는 방연하의 고모 한 사람에게만 알렸는데,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 친척들이 다 찾아온 것이다.
진구는 상황을 보고 연하에게 말했다.
“네가 아버지랑 친척들 먼저 챙겨. 난 약 받아오고 수속 밟고 올게.”
들어온 친척들 가운데는 연하의 두 고모, 한 명의 외삼촌, 그리고 고모네 집 사촌 오빠와 언니도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방건홍의 병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언제부턴가 화제는 연하에게로 옮겨갔다.
“연하, 아직 남자친구도 없지?”
사촌 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겉으로는 젊어 보여도 이제 서른은 넘었잖아?”
연하는 짧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며 웃었다.
“결혼 안 했으니까 젊어 보이는 거죠.”
사촌 언니는 그 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 같아 불편한 웃음을 지었다.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그러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니?”
그러자 연하는 태연하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요즘 세상엔 남자들이 결혼이랑 출산으로 여자 협박 안 해요. 언니네 집은 혹시 아직도 조선시대 사상에 갇혀서 사나요?”
사촌 언니는 할 말을 잃었고, 연하의 말빨을 아는지라 더는 붙잡지 않았다.
하지만 외삼촌이 못 말린다는 듯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연하야, 너 부모님 생각도 좀 해라. 연세도 드셨는데, 네가 빨리 결혼해야 마음 놓으시지.”
연하는 미소 지으며 맞받았다.
“지금도 마음 편하게 잘 지내세요. 오히려 내가 집착남 만나 맞고 산다면 그때야말로 매일 우실걸요.”
얼마 전 외삼촌 딸이 남편한테 맞아 친정으로 돌아온 일이 있었는데, 그 얘기는 이미 친척들 사이에서 한동안 떠돌던 이야기였다.
이에 외삼촌 얼굴이 굳어졌다.
“네 엄마 말 들어보니 직장도 그만뒀다던데, 이 나이에 일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고 너 인생 어쩌려고 그러니?”
연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받아쳤다.
“외삼촌은 저보다 서른 살 많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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