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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7화

진구는 몸을 곧게 펴고서 연하의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거실에 놓인 정교한 홍목 가구들과 달리, 방 안은 원목색 침대와 옷장으로만 꾸며져 있었다. 이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했고 군더더기 없는 분위기였다. 연하가 새로 산 집도 비슷한 인테리어였으니 이런 취향을 확실히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침대보는 연한 회색, 창가에 걸린 흰 망사 커튼은 바람결에 살짝 흔들리며 방 안을 시원하고 부드럽게 물들였다. 진구는 옷장 위에 올려져 있던 피규어 인형을 손에 들어 올렸다. 어느 인기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였는데, 묘하게 귀여운 표정을 하고 있자 기억이 불시에 밀려왔다. 작년 연말 무렵 연하가 해외에서 돌아오던 날이었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연하가 메시지를 보냈었다. [선배, 나 돌아갈테니까 씻고 기다려요.] 연하의 특유의 대담한 말투는 이제 익숙해져 있었고, 진구는 메시지를 보고 웃음만 지은 채 다시 회의에 집중했었다. 퇴근 후 연하 집으로 향하려던 길,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찾아왔다는 내용이었고 지금 맞은편 햄버거 가게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구는 서둘러 가게로 들어섰다. 창가에는 진청색 코트에 주황색 머플러를 두른 연하가 앉아 있었다. 짧은 머리는 전보다 조금 자라 있었고, 피곤한 듯 소파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진구가 마주 앉자 연하는 눈을 떴고 그제야 안도한 기색을 보였다. 이에 진구가 비꼬듯 물었다. “무슨 죄라도 지은 거야? 왜 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연하는 나른하게 몸을 일으키며 대꾸했다. “꿈을 꿨거든요. 비행기 사고가 나서 내가 원시림에 떨어지는 꿈이요.” “그래서?” “눈을 떴는데 앞에 원시 고릴라가 앉아 있더라고요.” 진구가 상황을 파악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연하 옆으로 옮겨 앉았다. 그리고 곧장 손을 뻗어 간질이려 하자, 연하는 장난스럽게 남자의 품에 매달리며 머리를 파묻었다. “그만해요. 지금은 배고프고 졸려 죽겠단 말이에요.” 그 순간 진구의 마음이 부드러워졌고 목소리도 한결 낮아졌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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