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58화
연하는 손을 뻗어 인형을 받아 다시 책장에 올려두며 담담히 말했다.
“내가 직접 받은 건데 어떻게 버릴 수 있겠어요?”
진구가 바로 맞받아쳤다.
“나도 그때 같이 있었으니 내 몫도 있는 거지.”
연하는 등을 돌린 채 손끝으로 인형 얼굴을 매만졌고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진구의 가슴속에서 묵혀온 감정이 차올랐고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반년 전에 왜 그렇게 한 거야?”
끝까지 다 말하진 않았지만 연하도 충분히 알아들었다.
반년 전, 연하가 갑자기 끝내자고 했던 건 사실상 이별 선언과 다르지 않았다.
연하는 평정심을 되찾은 얼굴로 돌아섰다.
무심한 듯, 또 어딘가 비웃는 듯한 표정은 마치 방어막 같아 속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
“별 이유 없어. 그냥 순간적인 충동이라 생각해.”
진구의 화는 시간이 지나며 옅어지기는커녕, 연하의 태도 때문에 오히려 더 짙어졌다.
그러나 연하는 나가려 했다.
“물 끓었으니까, 나가자.”
진구는 연하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자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자 연하는 진구의 손을 내려다보며 낮게 말했다.
“선배, 지금 여자친구 있잖아요. 이러는 게 맞아요?”
진구는 깊은 눈빛으로 연하를 꿰뚫었다.
“연하야, 먼저 다가온 건 너였어.”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연하는 얼굴을 굳히며 손목을 세차게 뿌리쳤다.
“나한테 들이댄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러면 전부 책임져야 해요?”
이에 진구의 얼굴빛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눈빛에서 마지막 불꽃 같은 열정이 꺼져가고, 차갑고 음울한 겨울 안개만이 남았다.
연하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부터 말했잖아. 그냥 어른들 사이의 가벼운 관계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이제 넌 여자친구도 있잖아. 과거 일은 다 잊어.”
연하가 곧장 걸음을 옮겼는데 마침 문 앞에서 주설주가 다가왔다.
“지난달 아주머니가 인도네시아 갔다 오면서 커피콩을 한 통 주셨는데, 유진이랑 은정 군한테 물어보고 커피 마실래?”
연하는 황급히 몸을 비켜 주설주의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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