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72화
연하는 배달을 기다리면서 음식이 도착하기 전, 아침부터 정리해 둔 자료의 문제점들을 다시 꼼꼼히 훑었다.
그리고 배달이 도착하자 이번에는 제대로 점심을 먹었다.
진구에게 시켜준 건 5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고급 메뉴였다.
자신이 먹은 것보다 몇 단계는 높은 수준이었는데 후추 스테이크에 송이버섯 닭고기 수프까지 곁들이자 그제야 속이 풀렸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일에 몰두했다.
오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점심 무렵 진구가 자신의 도시락을 빼앗아 간 일 말고는 두 사람 모두 별 탈 없이 하루를 보냈다.
퇴근 시간이 되어 연하는 서류를 정리하고, 진구에게 인사하러 사장실을 찾았다.
노크하고 들어가니, 창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진구의 모습이 보였다.
지는 노을이 희미하게 진구를 감싸고, 옅은 담배 연기가 안개처럼 맴돌았다.
그 순간만큼은 성숙한 사장의 얼굴이 아니라 쓸쓸하고 우울한 청년 같았다.
이에 연하는 무심코 물었다.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어요?”
진구는 눈길을 돌려 연하를 흘겨보며 반문했다.
“이번에 돌아온 뒤로는 담배 안 피우네?”
연하는 담담히 대답했다.
“끊었어요.”
진구는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쟤는 끊었는데, 내가 중독됐네. 참 아이러니하고 우스운 일이군.’
연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까 줄이세요.”
그 말을 하고서야 연하는 문득 깨달았다.
그 말은 과거에 진구가 늘 자신에게 하던 말이었다.
이에 진구는 연기를 내뿜고는 시선을 떨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십 년 된 흡연자라도 담배를 끊으면 검게 변해버린 폐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더라고요. 그러니까 언제든 늦지 않게 멈추는 게 중요하죠. 내 말 맞죠?”
연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넓은 방 안에 적막이 흘렀고 잠시 후, 진구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왔죠?”
연하는 간단히 말했다.
“퇴근하려고요.”
이에 진구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봐요.”
연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갔다.
곧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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