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99화
연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단호하게 말했다.
“뵙지 않을 거예요. 사모님께 이렇게 전하세요. 모든 일은 사장님을 찾은 뒤에 말씀드리겠다고.”
서천영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연하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 그런 말은 모두 무의미했고 얽히고설킬 시간도 없었다.
로운이 밖으로 나가 그대로 전했고, 서천영은 복도에서 한바탕 화를 내더니, 결국 연하를 만나봐야 소용없다는 듯 체념하고 돌아갔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진구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연하는 고위 임원들을 안정시키고 진구가 맡던 모든 업무를 대신 떠안았다.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회사는 큰 탈 없이 평소처럼 굴러갔다.
그러나 매일 퇴근길이면 연하는 진구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진구 소유의 몇 채의 별장과 개인 아파트를 모두 들렀지만 진구를 찾을 수 없었고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여권 사용 기록도 확인했지만 출국한 흔적은 없었다.
깊은 밤, 여전히 거리를 떠돌며 연하의 마음은 처음엔 분노였다가 점차 걱정으로 바뀌었다.
‘선배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처음에 먼저 다가간 것도 떨어지자고 한 것도 자신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구가 모든 원망을 자기에게만 쏟을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진구는 이미 여자친구까지 있었던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박슬윤은? 선배가 사라졌는데, 왜 아무 반응조차 없는 걸까?’
그 사람이라면 원래라면 회사에 들이닥쳐 난리를 치거나, 분노에 휩싸여 사람을 닦아세워야 정상일 텐데, 오히려 지금은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
‘혹시 두 사람이 함께 사라진 건 아닐까?’
토요일.
연하는 사장실 책상 앞에 앉아 눈앞에 쌓인 서류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자 넓은 책상 위에는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액자 속에는 석사 가운을 입은 진구가 활짝 웃고 있었다. 햇살을 가득 받은 채, 자신감 넘치고 빛나는 모습이었다.
연하는 문득 마음이 흔들려 액자를 집어 들었다. 손에 쥔 순간, 액자가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옆의 작은 버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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