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04화
일어나 보니 이미 정오가 지나 있었다.
연하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엄마에게서 집에 들르라는 전화가 걸려 왔다.
진구가 욕실 수건을 걸친 채 뒤에서 지나가다가 문득 떠올린 듯 얼굴을 찌푸렸다.
“전정율하고는 확실히 정리했어?”
연하는 눈동자를 굴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 말할 기회가 없었어요.”
진구의 표정이 곧장 굳어졌다.
“연하야!”
연하는 옷을 집어 들고 입으며 손사래를 쳤다.
“일단 집에 다녀올게요. 나중에 얘기해요.”
진구는 급히 몇 걸음 따라붙으며 당부했다.
“어젯밤 난 정말 아무 피임 조치도 안 했어. 괜히 약 먹지 마. 혹시라도 아이가 생기면 바로 결혼하자.”
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게 딱 맞아떨어질 리가 있겠어요?”
진구는 현관 옆 수납장에 몸을 기대고 두 팔을 가슴에 꼬았다.
“어쨌든 난 최선을 다했어.”
연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선배 최선이라니 실력이 고작 그 정도였네요.”
진구는 이를 갈며 붙잡으려 하자 연하는 얼른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연하가 집으로 불려 간 건 고모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고모는 맞선 자리 얘기를 꺼내러 온 것이었고 딸까지 데려와 있었다.
지난번 연하와 말싸움을 벌였던 사촌 언니였다.
연하가 들어설 때, 사촌 언니는 정율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떠들어대며 연하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이에 연하는 신발을 벗으며 가볍게 웃었다.
“조건은 괜찮지만 결혼은 이미 한 번 했고, 부모님한테 맡겨둔 아들이 있잖아요.”
순간 거실의 시선이 모두 연하에게 향했다.
“결혼도 했고, 게다가 아이까지 있다고?”
주설주는 놀라 고모를 바라보았다.
“왜 진작에 말씀 안 했죠?”
고모는 난처한 기색으로 말을 더듬었다.
“아이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곁에 없고 무엇보다 정율이랑 연하가 조건이 잘 맞아서...”
“그래서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이혼하고 애까지 딸는 남자뿐이라는 거예요?”
연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 더 따지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
“됐어요. 남자친구는 내가 알아서 찾을 테니, 고모는 더 이상 신경 안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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