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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6화

“하루만 내 여자친구인 척해줘요. 할머니를 뵈러 갈 때 같이 가면 좋겠는데.” 우행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괜찮을까요?” 화영은 잠시 놀랐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문제없어요.” 도와주는 것뿐이었으니 잃을 것도 손해 볼 것도 없었다. 그러자 우행은 고마운 듯 말했다. “고마워요.” 화영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그렇게 챙겨줬는데 이 정도 돕는 건 당연하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우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앞으로 우리 서로 너무 예의 차리지 말아요.” 함께 아침을 다 먹고 난 두 사람은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우행이 운전했고 가는 길에 화영은 차를 세워 달라고 부탁했다. 화영은 어르신이 좋아할 만한 떡과 영양제를 샀지만 계산하려는 순간, 우행이 먼저 지갑을 꺼내 값을 치렀다. 그러자 차에 돌아와 화영이 웃으며 말했다. “친구 사이여도 어른을 뵈러 가는 건데, 선물은 당연히 준비해야죠. 굳이 이럴 필요는 없어요.” 우행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원래 나 도와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또 돈까지 쓰게 해요.” 화영이 가볍게 웃었다. “아까 서로 예의 차리지 말자고 하지 않았어요?” 우행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 다음번엔 화영 씨가 사요.” 그러자 화영은 피식 웃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우행의 할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여전히 강성의 오래된 저택에서 지내고 있었다. 고전적인 한옥이었으나 최근에 손을 본 듯 외벽과 대문은 낡지 않았고, 담 너머로 매화 가지가 뻗어 나와 있는 모습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생기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따라 거실로 향하던 중, 옆채의 온돌방 쪽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 “우행아!” 그 여자는 반가운 목소리로 우행을 부르자 남자는 돌아보며 말했다. “어머니.” 송혜라는 아들의 옆에 선 화영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분은?” 우행이 차분히 소개했다. “제 여자친구 화영이에요.” 화영은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송혜라는 놀라서 눈을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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