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85화
우행의 시선은 멀고도 깊었고 희유의 질문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화영 씨 보고 싶었는데, 네 말 듣고 나니까 더 보고 싶네.”
희유는 우행의 입에서 이렇게 솔직한 감정 표현이 나오는 걸 처음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놀려주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려 마주한 우행의 눈빛이 밤처럼 깊게 가라앉은 것을 보자 마음 한쪽이 괜히 저릿했다.
오늘 밤 도시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하늘은 유독 어두웠다.
잠깐 터지는 불꽃들만으로는 이 겨울밤의 싸늘함을 덮을 수 없었다.
희유의 마음에도 이유 모를 슬픔이 올라와서 조용히 우행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화영 언니도 오빠 좋아하니까 빨리 데려와요.”
우행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어떻게 알아? 화영 씨가 나 좋아한다고?”
그러자 희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영 언니가 오빠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였거든요.”
우행의 눈빛이 어둡게 스며들었고 입술 끝을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래?”
밖이 너무 추워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갔다가 마침 수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서 뭐 해? 나와서 한잔하자.]
우행은 세라 집에서 모이는 줄 알고 단칼에 거절했다.
“집에 계신 분들이 있어서 못 나가. 너희끼리 마셔.”
그러자 수호가 웃었다.
[삼촌 계신 거 알고 있으니까 네가 없어도 돼. 나도 세라 집에는 안 갔어. 디보션바로 와.’
그제야 우행이 대답했다.
“금방 갈게.”
도시는 섣달그믐날의 열기로 가득했고 차들도 사람들도 들떠 있었다.
우행은 그런 인파를 뚫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하지만 그 환한 분위기 속에서도 마음은 늘 비어 있었다.
화영을 변치 않고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엔 그 감정이 더 깊고 선명했다.
바는 늘 그렇듯 붐볐다.
우행이 익숙한 자리로 걸어가자 수호뿐 아니라 희문도 있었다.
희문은 이미 술을 꽤 마셨는지 얼굴이 붉었다.
“우리 셋 다 이제 솔로잖아. 이럴 땐 무조건 한잔해야지.”
우행은 대꾸하지 않고 외투만 벗어 소파에 걸었고 수호는 술잔을 건네며 낮게 말했다.
“나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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