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86화
경성, 화씨 저택.
화성국과 화영의 삼촌은 국빈 만찬에 참석하러 나가 있었고, 집에는 화영과 강인아, 그리고 작은어머니와 사촌 화지혁만 남아 조용히 새해를 보내고 있었다.
예전에도 아버지가 집에서 같이 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기에 집안 분위기 자체가 밝지 않았다.
저녁을 대충 마친 후, 지혁이 화영을 찾아와 말했다.
“누나, 손 좀 줘봐요.”
지혁은 붉은 실로 꿰어진 연한 분홍빛 투어멀린을 꺼내 화영의 손목에 직접 끼워주었다.
“이 투어멀린은 마음속 소원을 이루어준대요. 그리고 큰아버지도 무사하시도록 지켜준대요.”
화영은 손목을 들어 살펴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분홍 투어멀린 의미가 뭔지는 알아? 혹시 어떤 여자애가 너한테 준 거 아니야?”
“아니요. 누나 주려고 내가 직접 산 거거든요.”
지혁의 속눈썹은 여자아이처럼 길고, 평소에는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이라 만화 속 냉미남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진지했다.
“누나도 자기 사랑 찾을 수 있으면 해서.”
화영은 무심하게 웃었다.
“그래서 나 놀리려고 일부러 산 거네.”
자신이 신수에게 시집갈 예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랑 같은 건 꿈꾸지 말라는 뜻으로 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거든요. 진짜 누나 운 좀 바뀌라고 산 거라니까요.”
“고마워.”
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 선물은 이미 예쁘게 포장해 놓았어. 내일 아침 보여줄게.”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책상 위에 놓아둔 화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영은 화면을 확인하곤 짧게 숨을 고르고 방에서 벗어난 뒤 전화를 받았다.
“수호 씨?”
[설에 복 많이 받아요. 잘 지내고 있죠?]
수호의 밝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퍼지자 화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복 많이 받아요.”
[어디게요? 추측해 봐요.]
전화 너머에서는 시끌시끌한 음악과 웃음소리가 배경처럼 흘렀고, 익숙한 기타 반주가 이어졌다.
화영이 가볍게 웃었다.
“설 맞이하러 나갔나 보네요?”
[맞아요. 우리 늘 가던 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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