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89화
화영은 잠결에 느꼈던 그 입맞춤을 떠올리며 문득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방금 전 꿈속의 사람은 정말 그 남자였을까?’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젯밤만 해도 우행은 수호와 희문과 함께 강성에서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취하든 말든 새벽까지 이어졌을 텐데, 설날 첫날 아침에 이 산까지 올 리가 없다고 생각하자 아무래도 본인이 과하게 생각한 것이라 여겼다.
짧은 겨울 오후는 금세 빛이 누그러졌고 바람도 더 차가워졌다.
화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 어깨 위에 얹혀 있던 옷감이 손끝에 스쳤는데 남성용 롱코트였다.
화영은 코트를 움켜쥔 채 잠시 멈춰 섰고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
곧장 난간 앞으로 걸어가 아래를 둘러보았다.
산길을 지나는 사람 몇이 보였지만, 익숙한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
다시 손에 든 검은색 롱코트를 바라보자 심장이 한 번 크게 요동쳤다.
잠깐만이라도 주인에게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들었다.
‘괜히 소란을 만들 필요는 없어.’
찬 바람을 조금 더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힌 뒤, 코트를 품에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가지고 있던 현금을 꺼내 점심값을 테이블 위에 두고 주인아주머니에게 한마디 인사만 남기고 민숙을 나섰다.
아주머니는 기분 좋게 배웅했지만, 돌아와 계산서를 보다가 화영이 20만 원이나 더 두고 간 걸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급히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가씨, 이거 너무 많이 주셨어요. 돌려드릴게요.”
이에 뒤돌아본 화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설이잖아요. 좋은 기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아주머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에 꼭 또 오세요.”
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산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산 아래에 도착하자 절에서 내려온 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환했다.
설 첫날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내려오는 길이라 그런지 모두 희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화영도 산 위를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빌었다.
‘새해에는 바라던 일들이 이루어지고, 가족 모두 평안하기를.’
이후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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